4이닝이 최대...엄상백 빼며 "선발 약해서 좀..." 머뭇대던 류중일 감독, 걱정은 현실이 됐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은 결국 국제무대에서 미끄러졌다. 예상했다는 반응이 절반이나 4이닝도 버티지 못한 선발진의 문제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8일 오후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와 만난다.

사실상 의미없는 경기라는 시선이 대다수다. 이미 전날 일본과 대만이 나란히 승리하며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쿠바를 7-6으로 돌려세웠고, 대만이 호주에 11-3 대승을 거두며 한국은 고개를 떨궜다.

당초 한국은 일본으로 향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슈퍼라운드(4강)가 일본 도쿄돔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대만전에서 첫 경기 선발로 나선 고영표(KT)가 2이닝 6실점으로 조기강판되며 아쉬운 선택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대만의 사이드암 약점을 공략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알고있는 대만이 몇 년에 걸쳐 보완하지 않을 리 없었다. 구식 공략을 들고 나온 한국은 결국 고영표 강판으로 시작해 공격타선들의 흔들림까지 고루 문제가 산적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만 에이스 린위민에 대한 대처가 아쉬웠던 것도 덤이다.

선발 투수가 장기 이닝을 못 끈 것은 승리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최대가 4이닝이었다. 곽빈(두산)이 14일 쿠바전에 등판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쳤고 이 경기는 승리를 거뒀지만 선발진에 대한 숙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어 일본전에 오른 최승용(두산)이 1⅔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다. 류중일 감독은 일본전 불펜 운영에서도 비판을 면치 못했는데 대만-쿠바전에 연속 등판한 곽도규를 또 마운드에 세우며 결국 2사 만루까지 내주는 위기에 몰렸다. 도미니카 공화국전에 오른 임찬규(LG) 역시 3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도미니카전에서는 박성한이 역전 3루타로 발판을 대며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역전의 기쁨은 기쁨으로만 남았고 결국 상대 분석 부족, 안일한 마음가짐, 흔들리는 선발과 기복있는 타선까지 무더기 숙제만 떠안은 류중일호다.

류중일 감독 본인도 한국 대표팀의 약점을 짚었지만 아는 것과 대처는 별개였다.

프리미어12 출전을 앞둔 사전인터뷰에서 당시 류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좀 약한 것 같다"며 "다만 중간투수들이 각 팀 마무리 투수들이 많아 괜찮다고 생각한다. 상대팀 에이스들이 나오면 (타선에서) 점수를 얼마나 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발운영에 대해서도 "첫 날 대만전 던지는 투수가 호주전에도 투입될 것 같다"며 "사실 엄상백을 원래 1+1 자원으로 생각했지만 투수코치와 상의한 결과 중간투수들이 2~3이닝이 가능하다해서 뺐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류중일 감독은 이로서 201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과 더불어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 감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커리어를 달게됐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18일 오후 1시 호주와의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노린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