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력 한계 없이 강화할 것”…미국 대선 이후 첫 대미 메시지
한·미 동맹 및 한·미·일 3각 군사협력 등 비판
군인들 ‘사상 무장’도 강조…파병 등 의식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가의 자위력을 한계없이, 만족없이,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의 위협을 명분 삼아 핵무력 강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이후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낸 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15일 평양에서 개최한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 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조성된 정세와 공화국 무력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들의 임무에 대하여’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 노선은 이미 우리에게 불가역적인 정책으로 된 지 오래”라며 “이제 남은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핵무력이 전쟁억제의 사명과 제2의 사명(유사시 선제공격)을 수행할 수 있게 더욱 완벽한 가동태세를 갖추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 동맹 및 한·미·일 군사협력 등 미국과 그 우방국의 군사적 위협을 들어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범위에로 확대되고 있다”라며 “그 침략의 예봉은 다름 아닌 미국의 가장 적대적인 적수이며 가장 오랜 교전국인 우리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따라 전쟁 발발의 위험성도 커졌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돌격대로 내세워 벌리고 있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철두철미 실전경험을 늘리고 군사적 개입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전쟁으로 봐야한다”라며 “세계는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의 사용을 목도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 역시 무력충돌 사태 발생의 가능성을 가장 높은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등 미국 대선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이 대선 이후 미국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낸 건 처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추후 미국과 협상에 나서더라도 핵무력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정세가 무력 충돌 직전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주목도를 높이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한 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공식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파병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는 정지 작업으로도 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서방의 대북 위협 및 전세계 군사적 개입이 가져온 불안정성,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무기 고도화 등을 강조하면서 향후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유도하려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군인들의 ‘사상 무장’ 또한 강조했다. 그는 “우리와 대적한 미국놈들과 한국놈들은 극악한 반공사상, 멸공정신을 고취하면서 극도의 전쟁객기를 부려대고 있다”라며 “군인들 속에 투철한 주적관과 대적 결전 의지를 깊이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군인들에 대한 교양이 사랑으로부터 시작되고 정으로 일관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들은 누구보다도 군인들을 위하는 마음이 뜨거워야 하며 사랑과 정으로 군인들의 사상적 이질화도 막고 정신력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 대회가 개최된 건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북한군 대대장은 보통 대위나 소좌(남한의 소령)이 맡는다. 대대정치지도원은 대대 소속 군인들의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정치장교다. 러시아 파병 등에 따른 ‘군심’ 동요를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러시아 파병과 민생현장에 대한 군인 투입 등에 따른 일선 장교 등의 불만과 동요 등을 사전에 통제하고 절대적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라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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