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발언이 ‘고의 거짓’ 인정돼 유죄…이재명 입이 자기 발목 잡았다

■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분석
李 “사진 조작” “국토부 협박”
재판부 ‘선거 영향 줬다’ 인정
법원 “해명 명목의 허위 공표”
징역형 가중처벌 이유로 밝혀

1심 선고 이후에도 ‘두쪽 집회’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주최 국민혁명대회 참가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주장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광화문북측광장에서 열린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 과정 등에서 한 발언을 해명하려고 내놓은 추가 발언들이 1심에서 거짓말로 인정돼 오히려 화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발언에 발목이 잡힌 ‘이적이(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 대표의 항소 방침에 따라 조만간 시작될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나올 가능성도 있어 1심 징역형 집행유예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 박탈과 대선 출마가 원천 봉쇄된다.

18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을 분석하면 1심 법원은 “고(故)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나는 모른다” “백현동 개발에 특혜를 준 적이 없다”와 같은 이 대표의 추상적 발언 대신, “김문기와 골프를 친 적 없다” “국토교통부의 외압이 있었다” 등 구체적 해명성 발언들의 허위 여부 확인에 주력했다. 장기간에 걸친 이 대표의 여러 발언에 현미경을 들이댄 뒤 그의 거짓말을 핀셋으로 뽑아내 15일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한성진)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 관련 국민의힘이 제기한 해외골프 의혹에 대해 “4명 사진을 찍어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한 거죠”라고 발언한 것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선거를 3개월 남긴 시점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책임자인 김문기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해, 특혜 의혹을 중심으로 한 이 대표의 관련성에 대한 선거인의 관심이 증폭된 시점”이라며 “골프 발언의 의미는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공식 일정 대신 함께 골프를 쳤다”고 지적했다.

백현동 부지 4단계 용도지역 상향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취지로 해명성 거짓말을 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국토부의 요청은 있었지만 협박당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강한 부담감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국정감사 한 달 전 신문 인터뷰 등을 통해 “국감을 치를 때마다 지지율이 올라갔다, 기회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발언한 점 등도 되레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국감에 앞서 국회로부터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 사전 질의를 받은 점, 국감 당시 자신의 해명을 부연 설명할 패널을 미리 준비한 점, 장기간 의혹 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에 기억을 환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발언의 고의성도 인정했다.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된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을 향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려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선거 과정에서 민의가 왜곡되고 대의민주주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방송을 매체로 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며 “(발언 내용도)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세운 ‘선거재판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3개월 내 종료)’이 지켜질 경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르면 내년 내 확정될 전망이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