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단비 언니에게 미안하다”···우리은행 승리의 열쇠는 ‘단비 의존증 탈피’

이두리 기자 2024. 11. 18. 11: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김단비(가운데)가 지난 17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은행과의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경기 도중 한엄지, 이명관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WKBL 제공



아산 우리은행의 지난 17일 부천 하나은행전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은행이 ‘김단비 원팀’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격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우리은행은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과의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66-60으로 이겼다. 우리은행은 3쿼터까지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가 4쿼터 심성영과 한엄지, 이명관이 연달아 김단비(34)의 어시스트를 받아 컷인 득점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김단비를 중심으로 한 우리은행의 팀플레이가 돋보인 경기였다.

21득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한 김단비 외에도 한엄지와 심성영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아시아쿼터 가드인 미야사카 모모나도 빠른 발과 3점 슛을 십분 활용해 7득점으로 승리에 이바지했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김단비는 세 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올리는 파괴력을 가졌지만 팀 내에 그와 호흡을 맞춰 시너지를 일으킬 선수가 부족했다. 즉 김단비가 지치면 곧바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시즌 개막 전 에이스 선수들을 줄줄이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나보낸 우리은행은 ‘김단비 의존증’에서 탈피하기 위해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절실했다.

아산 우리은행 심성영이 지난 17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은행과의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WKBL 제공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경기 전 “단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라며 “단비가 30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적은 나이가 아니다 보니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위 감독은 “코트 한쪽에 단비가 있으면 반대편 코트에서 볼을 운반해 와야 하는데 볼 핸들러의 역할을 할 선수가 부족해서 밸런스가 안 맞는다”라며 “팀플레이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전날 경기에서 김단비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김단비와 함께 뛰며 득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쿼터에 10득점을 퍼부은 김단비가 2쿼터 하나은행의 수비에 묶이며 4득점에 그치자 후반전 심성영과 한엄지, 이명관이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공격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김단비가 패스 루트를 찾기가 수월해졌다. 심성영은 후반전에만 11득점을 올렸다.

위 감독은 경기 후 “주장인 단비가 힘든 티 안 내고 중요할 때 리바운드도 잡아주는 걸 보면서 좋은 선수라는 걸 새삼 다시 한번 느꼈다”라며 “단비 몸 상태를 보면 감독으로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위 감독은 “승부처마다 선수들이 집중을 잘 해줘서 대견하다”라며 “(심)성영이가 키가 작고 힘에 부쳐 하는데 중요한 때에 3점 슛을 넣으면서 역할을 잘 해줬다”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명관에 대해 “수비 등 궂은일을 해 주면서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라며 “이런 게 우리 팀워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심성영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은 매일 매일 단비 언니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비 언니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부담도 갖지 말고 나를 도와주려면 너희가 더 적극적으로 하면 된다’라고 말해준다”라며 “언니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뛰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심성영은 “오늘 승부처에서는 경기에 집중하느라 단비 언니가 힘들어하는 표정을 볼 시간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