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대기자 "김건희 특검 퇴임 후로 미루면 훨씬 큰 고통"
"골프광 트럼프 상대 연습 당연...더 중한 건 강한 대통령 되는 것"
동아일보 "외신까지 보도한 골프 외교, 국익에 부메랑 될까 우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는 소식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보수언론도 비판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고의에서 나온 거짓말이라면 심각하다”고 했고, 중앙일보는 “골프광 트럼프를 상대할 연습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며 “먼저 김건희 여사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 퇴임 후로 미루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사과' 이틀 뒤인 지난 9일 군 소유의 태릉체력단력장(태릉CC)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트럼프와 '골프 외교'를 위해 최근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며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에도 두 차례 태릉CC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18일 <윤 대통령에게 골프 연습보다 중요한 것> 칼럼에서 “트럼프는 바보(idiot)가 아니고, 상대가 강해야 그의 말을 수용한다”며 “우리 대통령은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강력한 지도자'일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여야의 극단적 대결로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상대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하경 대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와 '골프 외교'를 하기 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고 한다. 그러자 '왜 당선되기도 전인 한·미 훈련 기간 중 골프장에 갔느냐'는 야당의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며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추진하고, 한국을 패싱하면서 김정은과 위험천만한 핵 협상에 나설 때 대통령이 초당적 협조를 받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하경 대기자는 “이재명 1인 지배체제인 민주당은 반격을 노리고 있다. 구속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얽힌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은 좋은 사냥감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퇴로가 없다. 민심이 요구하는 김 여사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 순리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 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그 질문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자신도 특검을 수용하고 정쟁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하경 대기자는 “문제는 대통령이 아내를 설득할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김 여사는 '내가 정권을 잡으면…'이라고 했고, 대통령 휴대폰으로 밤새도록 문자를 보낸 사람이다. 비상식적”이라며 “골프광인 트럼프를 상대할 대통령에게 골프 연습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 굴욕을 피하고 국익을 지킬 수 있다. 먼저 김 여사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 민심이 움직이면 야당도 어쩔 수 없이 협조 모드로 전환할 것이다. 퇴임 후로 미루면 훨씬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늦기 전에 당사자가 결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도 18일 <수렁에 빠진 尹 '골프 외교'> 칼럼에서 “거짓 해명 논란은 더 심각한 문제”라며 “윤 대통령의 골프와 관련한 의혹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통해 지난 9월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경호처장 출신의 김용현 국방장관은 '모른다'로 일관했고, 여당 의원이 나서서 '윤 대통령은 골프를 안 친다'며 '역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었을 대통령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윤 대통령의 골프가 한 언론사의 취재망에 걸려들고 보도가 확실해진 시점이 돼서야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외교를 위해 최근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천광암 논설주간은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골프를 해 온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골프가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트럼프 외교를 핑계로 댔다'는 의심을 대통령실이 자초한 셈이다. 미필적이라도 고의에서 나온 거짓말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이 외교에도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고 했다. 천광암 논설주간은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외신까지 너도나도 보도하는 바람에 기정사실이 돼 버린 골프 외교가 자칫 국익에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며 “골프 외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트럼프 1기에 '완결판'을 보여준 아이템이다. 어설프게 해선 괜히 비교만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천광암 논설주간은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당선에 앞서 골프 스윙에 관한 그의 개인적인 고민에 대해서까지 정보 수집을 했다고 한다. 아베 전 총리가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 9일 만에 '고탄도에 슬라이스 방지' 기능을 어필하는 50만 엔짜리 금장 드라이버를 선물로 싸 들고 미국까지 직접 날아간 것도 이런 치밀한 사전 준비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끈끈한 브로맨스'를 연출해 보였는데도, 그의 골프 외교가 얼마나 실리를 챙겼는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고 했다.
천광암 논설주간은 “즉흥적이고 어설픈 '아베 따라 하기'로 그를 상대하겠다는 것은 맨몸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용산이 보여주는 게 이런 모습 같아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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