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황 속 승승장구…정몽진 KCC 회장 승부수 "통했다"
영업이익 41.7% 증가한 1253억 기록
전체 매출 중 실리콘 비중 45% 달해
반도체·자동차 활황 실리콘 수요 증가
정몽진 회장 '실리콘 승부수' 적중
"정 회장 실리콘 외형 확대 전략 통해"
[파이낸셜뉴스]
건설 경기 악화로 건자재와 시멘트, 가구 등 실적이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건자재 업체 KCC만 나홀로 웃고 있다. 이는 정몽진 KCC 회장 (사진)이 추진해온 실리콘 사업 승부수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CC의 올해 3·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2% 늘어난 1조6342억원이었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7% 증가한 1253억원으로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실리콘 사업이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KCC는 올해 3·4분기 실리콘부문에서 7259억원 매출액을 올렸다. 전체 실적 중 45%에 달하는 비중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9억원이었다. 아울러 도료부문과 건자재부문 실적이 각각 4958억원, 2642억원이었다.
KCC는 올해 3·4분기 누적 실적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728억원, 379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6.4%, 501.7%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125억원을 올해 3·4분기 만에 훌쩍 뛰어넘었다.
KCC 관계자는 "올해 3·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선박용 페인트가 도료부문 실적을 이끌었다"며 "건자재부문은 국내 주택 인허가 및 건축물 착공량 감소 등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실리콘부문이 반도체와 자동차, 헬스케어 등 고부가 제품 마진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며 "사업 근간인 건자재·도료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리콘부문 실적 회복이 두드러지면서 매출액과 이익 모두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건설 등 전방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KCC가 실적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실리콘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쓴 정몽진 회장의 결단이 통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정 회장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9년 미국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머티리얼스(모멘티브)를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2021년에는 KCC 실리콘부문을 MOM홀딩스컴퍼니(MOM)로 수직계열화했다.
그 결과, 2022년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쳐 실리콘 수요가 늘어나면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실리콘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선택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실리콘 사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이어갔다. 정 회장 지시에 따라 KCC는 올해 모멘티브 지분 100%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어 우주항공용 전자소재와 자연물 유래 화장품 원료, 헬스케어용 소재 등 고부가 실리콘 사업을 강화했다.
정 회장의 승부수는 통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고 웨이퍼(원판) 수요가 증가하면서 웨이퍼 원재료인 실리콘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자동차 산업 역시 호조를 보이면서 차량용 실리콘 수요도 증가했다. 그 결과, 최근 KCC가 호실적을 이어가는 데 있어 실리콘부문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KCC 실리콘부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양책 영향으로 실리콘부문 흑자 폭이 확대할 것"이라며 "실리콘 업황은 내년까지 점진적으로 개선돼 영업이익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모멘티브 지분 전량 인수에 따라 실질적인 시너지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고가 원재료 소진, 재고일수 감축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KCC가 실리콘 등 매출 다변화로 헷지 전략을 구사한 것이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두각을 보인 이유"라며 "정몽진 회장이 직접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해 실리콘 사업 외형을 확대한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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