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도 퍼레이드도…모태는 에버랜드 ‘숲’[함영훈의 멋·맛·쉼]
유실수·은행나무 심어…올해 일반에 개방
향수산 숲길과 함께 호암 예술의 정수 즐겨
판다월드와 사파리, 네덜란드 풍차 마을 풍경 앞 포시즌스 가든, 짜릿한 어트렉션과 성탄분위기 익어가는 퍼레이드가 에버랜드의 전부는 아니다.
에버랜드는 14만5000㎡(4.4만평)의 숲에 멸종위기종 은행나무 3만 그루를 포함해 밤나무, 참나무, 메타세콰이어 등 10여종 수십만 그루가 있는 숲을 갖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향수산 일대에 이처럼 드넓은 숲이 있는 것은 사실 에버랜드의 시작이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황폐한 국토를 푸르게 가꾸고 식량자급을 위해 구상한 경제조림단지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에버랜드의 숱한 매력이 탄생하기 이전, 모태는 숲이었던 것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지금의 에버랜드와 그 주변 향수산에 소득효과가 큰 유실수와 오래도록 국토를 건강하게 할 장기수(樹)를 심었고, 양돈사업으로 퇴비를 만들어 메마른 토질을 개량해 나갔다.
또한 불모지가 가치있는 땅으로 변한 모습을 대외적으로 알리려고 어린이들의 교육장으로서 자연농원이라는 이름의 가족동산을 조성, 지금의 에버랜드가 됐다.
유실수 단지에는 호두, 살구, 은행, 밤나무 등을 주로 심었는데, 열매의 영양가가 높아 ‘곡수(穀樹)’로도 불렸다. 당시 쌀이 평당 137원의 수익을 올린데 비해 은행은 537원, 호두 498원, 살구 250원, 밤은 245원 등으로 수익성도 좋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1979년 초겨울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기록적인 한파가 용인 일대를 덮치며 밤, 복숭아, 호두 등 많은 과실수들이 대거 고사하고 만다.
‘이병철 팀’은 이듬해 봄, 강인한 생존력을 보였던 은행나무를 더 심기로 결정하고, 밤나무 고사 지역에 은행나무 묘목 3만주를 집중적으로 심었다. 덕분에 지금은 그곳에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숲이 형성됐다.
반세기 이상 숨겨져 왔던 이 국내 최대 은행나무숲이 최근 일반에 한시적으로 개방되기도 했다.
은행나무는 현존하는 식물 중 ‘살아있는 화석’으로 대접받는다. 끈질긴 생명력, 품격, 아름다움, 항암 치료제로서 건강기능을 모두 갖춘 영험한 나무다. 활엽수 같지만 침엽수이다. 빙하기, 온난화기 등 지구상 숱한 변화가 있었고, 이 때마다 은행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더 비축하려고 잎을 넓게하는 진화를 거듭했다. 국내에서는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사실 이 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EN) 명단에 들어있다. 그만큼 보존가치가 크다.
에버랜드는 향수산 일대에 잔디광장, 명상돔, 생태연못, 전망대 등이 갖춰진 프라이빗 명품숲 ‘포레스트 캠프’를 조성, 2022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향수산 숲은 보통 신입사원 교육이나 기업 기념 행사, 고객 초청 이벤트 등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고 싶은 기업과 단체 중심으로 개방됐다. 지난 5일엔 예술의전당팀, 삼성전자팀이 이곳에서 단합대회를 가졌다.
참가한 기업들은 인근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에도 들러 예술체험을 곁들인다. 호암미술관은 2025년 1월 19일까지 파스텔 화가 니콜라스 파티 작품 68점과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 5점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현대 화가의 작품에 한국 고미술의 접목을 시도한 점에서 실험적이다. 호암미술관 정원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숲 산책길이기도 하다.
에버랜드는 올들어 숲·정원 체험만을 희망하는 고객들을 위해 ‘가든 패스’를 시범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경험혁신아카데미는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 뿐만 아니라 포레스트캠프, 은행나무숲, 분재원, 스피드웨이, 호암미술관 등 같은 단지 내 체험 인프라를 고객이 원하는대로 모듈화해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또한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마음건강 관리 프로그램인 ‘비타민 캠프’와 비일상적 체험을 통해 리더로서의 인사이트를 확장하는 ‘리더십 캠프’도 진행한다.
계절 마다 다른 꽃을 피우는 에버랜드엔 포시즌스가든, 장미원, 하늘정원길, 뮤직가든 등 테마정원이 있고, 장미축제(1985년 시작), 튤립축제(1992년), 국화축제(1993년) 등 꽃축제가 사계절 이어진다.
이곳에선 향수산 수목, 화초로 힐링을 하면서 에버랜드의 화려한 꽃 축제로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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