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 인도는 21세기 중반까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2024. 11. 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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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설명│인도는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7.8%로, 중국 대비 성장률이 2.6%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도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5위 국가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높은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을 바탕으로 고성장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인도 인구는 총 14억300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올해 3선 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대열에 올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거듭 밝혀 왔다. 인도는 젊고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자국을 글로벌 제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인도의 중위 연령은 29.2세로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흐름이 관측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인도를 향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85억7000만달러(약 39조2152억원)였는데, 2022년엔 523억4000만달러(약 71조8419억원)로 늘었다. 인도 정부는 올해 초 “2027년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겠다”고도 했다.필자는 인도가 선진국에 도달하기 위해선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필자는 “인도 노동력 상당 부분이 생산성이 낮은 농촌 일자리에 머물러 있다”면서 “모디 총리의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새롭고 대담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셔터스톡

1960년대 초에 열린 경제학 콘퍼런스에서 한 연사가 인도를 예로 들며 개발에 대한 발표를 시작하려 했다.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한 경제학자가 끼어들어 물었다. “세계에서 인도 같은 나라가 또 있습니까?”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오늘날까지도 이 질문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모디 총리는 인도가 영국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지 100주년을맞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야심 찬 목표는 인도 경제가 변화하고 세계경제 지형이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수적인 추정에 따르면, 모디 총리의 ‘2047년 선진국 비전’을 달성하려면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 성장률이 매년 중국을 3.5%포인트 앞질러야 한다. 인도는 최근 몇 년간 연간 6~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경제는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인다.

인도는 극단이 공존하는 나라다. 인도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번성하고 있으며, 인도 정부는 생체 인식 시스템 ① 아드하르(Aad-haar)를 통해 세계 최대 인구를 위한 공공서비스를 도입했다. 인도에는 공과대와 경영대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도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 도시로의 고용 전환은 대부분 개발도상국보다 뒤처져,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인도에는 167명의 억만장자가 있지만, 1억2900만 명 이상의 사람은 여전히 빈곤선 이하에 속한다. 이 격차는 교육 시스템으로까지 확대된다. 인도 초등학교 5학년 학생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현 스탠퍼드대 국제개발센터 선임 연구원, 전 IMF 수석 부총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중국과 인도는 모두 많은 인구를 보유한 빈곤국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양국 생활 수준은 비슷했다. 중국의 지휘·통제 체제는 모든 생산 수단을 국가가 소유하는 시스템에 의존했고, 인도 체제는 민간 소유와 주요 산업에 대한 정부 통제를 결합했다. 두 체제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1980년대 초, 중국은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일으키며 눈부신 성장 시대를 열었다. 인도는 10년 후 외환 위기를 계기로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인도는 GDP 성장률을 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잡진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 전망에서 1인당 국민소득을 인도는 연 2730달러(약 375만원), 중국은 연 1만3140달러(약 1804만원)로 추정했다. 대부분 분석가는 중국이 여러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2040년대에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으로 관측한다. 인도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경제적 약점을 해결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개혁 속도가 둔화한 것을 감안하면, 인도가 2047년 선진국 비전을 위해 변화를 추진할 정치적 의지를 확보할지 의문이다.

인도는 노동·교육·무역·규제 네 가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시급하다. 특히 근로자를 해고하기 매우 어렵게 하는 인도의 엄격한 노동법은 심각한 정책 과제다. 산업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뎌, 노동력 상당 부분이 생산성이 낮은 농촌 일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인도 노동력 중 46%가 농업에 종사한다.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2023년 12%에서 2024년 11%로 감소했다. 더욱이 인도는 시간외수당, 견습 제도, 의료 및 기타 복리·후생 부문에서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어, 고용주의 비용이 큰 폭으로 오른다. 강력한 노동조합은 기업이 비숙련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을 억제한다. 고용주가 인력을 확충하는 대신 자본 설비에 투자하도록 한다.

오늘날의 세계경제 요구에 부응하려면, 인도는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 학교 입학률이 대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도 초·중등 교육의 질은 생산적인 노동력을 양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인도 초기 경제개혁의 주요 동력 중 하나는 대외무역과 자본 흐름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완화한 것이었다. 그러나 모디 총리의 ②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에따라 인도는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했다.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 장벽을 세우고 필수 품목의 국내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은 인도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노동집약적산업과 수출의 신속한 확장 없이 인도가 2047년 선진국 비전 실현을 위해 필요한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다른 주요 문제는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관료의 형식주의와 까다로운 인허가 조건이다. 규제를 간소화하려는 이전 노력은 상당한 개선과 성장을 촉진했다. 하지만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새롭고 대담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2050년 세계경제는 인도가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실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올바른 정책이 시행된다면 인도는 2047년까지 고소득 국가로 도약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낮은 생산성과 성장 둔화에 시달리는 중소득 국가로 남을 위험이 있다.

① 주민등록 시스템이 없던 인도는 2009년 아드하르(Aadhaar)라는 디지털 신분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드하르는 지문, 홍채 등 생체 정보를 포함한 12개의 개인 고유 번호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분증이다. 현재 인도 인구의 90% 이상, 인도 성인 인구의 99% 이상이 아드하르 번호를 갖고 있다. 아드하르는 인도어로 ‘기반’이라는 뜻이다.

인도는 아드하르를 통해 사회 전반에 디지털 전환의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해, 전자 결제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인도중앙은행(RBI)에 따르면, 인도 내 디지털 결제 비중은 2021년 3월 약 14~19%에서 2024년 3월 약 40~ 48%로 증가했다.

② 인도 정부가 2014년부터 추진한 제조업 육성 정책이다.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2014년 14%에서 2025년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모디 1기 정부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FDI 규제를 완화했고, 모디 2기 정부는 인도 내에서 생산하는 국내외 제조 업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Production-linked incentive) 제도를 시행했다. 아울러 이 전략을 기초로 관세 인상과 수입 제한 조치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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