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의회 윤리특위 '무용론' 확산…"외부인 참여 필요"
시의회서도 자성 목소리…'고무줄식 징계 기준·잘못된 선례'
(군산=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동료 의원의 뺨을 때리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한 의원에게 최소한의 징계(공개 사과)를 한 전북 군산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군산시의회에 의회에 따르면 윤리특위는 지난 14일 자신의 발언 시간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상임위원장의 뺨을 때린 김영일 의원에 대해 공개 사과 처분을 내렸다.
공개 사과 처분은 출석정지나 제명 등 중징계보다 훨씬 약한 경징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이번 징계 결과는 의원들 간 '제 식구 감싸기식'의 온정주의와 고무줄식 징계 기준 등 자정 작용을 잃은 의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이번 징계가 '잘못된 선례'로 남아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재임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윤리특위의 이번 결정은 의회가 폭력에 관대하고, 징계 기준도 불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윤리위반 행위에 근접하거나 이를 일삼는 의원이 윤리특위 소속 위원을 차지하고 있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시의원들이 앞으로 윤리강령준수 위반과 품위유지 저해 행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몹시 나쁜 선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징계는 지난해 발생한 우종삼 의원의 윤리강령준수 위반 사례와 비교해도 그 수위가 매우 낮다.
당시 우 의원은 아내 차량을 돌로 부숴 물의를 빚었고, 윤리특위는 이에 대해 출석정지 10일 및 공개 경고 처분을 내렸다.
두 사건을 비교하면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을 파손한 우 의원이 의회 내에서 동료 의원을 폭행한 김 의원보다 더 강한 징계를 받은 셈이다.
지역 여론뿐 아니라 의회 내부에서도 윤리특위 구성 개선과 온정주의에 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A 의원은 "의원들로만 구성된 윤리특위가 동료 의원에 대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온정주의를 배제하기 어려워 윤리특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윤리특위가 되려면 시민, 학계, 법조계 등이 윤리특위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혁신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리특위에 참석했던 B 의원도 "징계 결정 직전 공개적인 논의 과정에서는 강한 징계를 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서 "윤리특위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의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윤리특위 이한세 위원장이 군산시의회 사무국에 사의서를 제출한 것도 이번 징계 결과에 대한 항의의 뜻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윤리특위 징계 절차는 자문위원 의견 청취, 당사자 소명 등을 종합해 각 위원이 징계 수위를 적어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윤리특위는 투표 결과 다수 의견을 최종 징계로 결정한다.
외부인인 자문위원이 징계 과정에 참여하지만, 의견 제시 외에 징계 결정권을 갖지는 않는다. 이번 윤리특위에서도 자문위원들은 '중징계' 의견을 전달했지만, 징계 결과는 공개 사과로 끝났다.
지방자치법상 윤리특위는 소속 의원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외부인을 윤리특위에 참여시키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사의서를 제출한 이한세 윤리특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회가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하지 못한다면 징계를 결정하는 권리를 가진 외부인이 윤리특위에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확한 기준이 없이 유권 해석에 의존하는 징계 기준이 아니라 위반사항별 특정 수준 이상의 징계가 내려지도록 실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군산시의회는 종합청렴도 5등급 가운데 하위권인 4등급, 체감도 5등급과 함께 부패 경험률이 37.2%로 전국 평균(15.51%)보다 배 이상 높았다.
당시 의장이던 김영일 의원은 "의원들의 비위행위, 시의회의 이해충돌·위반 사항 등이 드러나면 의회 윤리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처리해 의회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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