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페이스', 금기의 빗장을 깨부순 과몰입 유발 스릴러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2024. 11. 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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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사진=스튜디오앤뉴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이 10년 만에 돌아온다. 그의 페르소나 조여정과 '인간중독'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송승헌,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형수였던 박지현이 함께다. 비밀과 욕망이 촘촘히 얽힌 자극적인 스토리에,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끼어들며 높은 몰입도를 보이는 밀실 스릴러 '히든페이스'는 에로티시즘의 대가 김대우 감독을 향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영화다. 

이야기는 갑자기 사라진 수연(조여정)의 이별 영상으로 시작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송승헌)과 결혼을 앞둔 첼리스트 수연은 성진과의 결혼이 자신 없다며 베를린으로 떠난다며 이별을 고한다. 수연은 감감무소식이고, 성진은 빈 첼리스트 자리를 수연이 추천했다는 후배 미주(박지현)로 채운다. 문제는 성진이 자꾸 미주에게 끌린다는 것. 결국 성진과 미주는, 수연이 신혼집으로 마련한 집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더 큰 문제는, 그 과정을 수연이 낱낱이 지켜봤다는 것. 그것도 집 안에서!
'히든페이스'는 김대우 감독의 작품답게 고자극, 고수위 베드신이 화면 전반에 넘실거린다. 그러나 노출만이 수위가 높은 게 아니다. 벌거벗은 신체 내에 자리잡은 각 인물들의 수위 높은 욕망이 번득이는 영화다. 분식집 아들이란 콤플렉스를 지닌 채 오케스트라 단장(박지영)의 딸과 약혼하며 지휘자의 자리에 있는 성진의 욕망, 모든 것을 가지고도 더 많은 것을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수연의 욕망, 질투와 소유욕이 어그러져 극단적인 상황을 만드는 미주의 욕망이 얽히고설키며 몰입도를 높인다. 

사진=스튜디오앤뉴

그 와중 아르네 야콥센 의자에 앉아 게이샤 커피와 루왁 커피를 말하는 수연의 엄마, 집들이 파티에서 벌어지는 남성 사중창, 5박에 3000만원 하는 신혼여행 리조트 등 가진 자들에 대한 묘사와 '커피와 와인에 대해 묘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면서도 그들의 것을 버리지 못하는 성진을 대비시키며 계급적 욕망도 곁들이는데, 살짝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도 준다. 

밀실을 매개로 한 스릴러인데, 특히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한 심리 스릴러의 면모도 이 영화의 특징. '히든페이스'는 2011년작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했으나, 원작에선 밀실에 갇힌 인물이 연인의 밀회를 지켜본다는 기본 설정만 가져왔다. 원작의 인물들은 따로 깊은 서사나 관계성이 없었고, 밀실을 매개로 한 사건도 우연이 짙었다. 김대우의 '히든페이스'는 인물들의 서사 안에 욕망과 의도를 선연히 그려내고 인물 간의 관계성에 집중해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낸다. 덕분에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은 물론 원작을 접한 관객도 지루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다. 수연이 어떻게 성진을 선택했고 어쩌다 밀실에 들어가게 된 건지, 미주는 무엇을 위해 수연의 빈자리를 파고드는지, 성진이 미주에게 끌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일련의 서사에 납득을 더하는 각색의 힘이 돋보인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인물들의 욕망을 강조한 만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도 필연적. '인간중독'에서 임지연이란 신인을 길어 올렸던 김대우 감독의 이번 선택은 박지현인데, 농염하고 도발적인 모습과 묘하게 순수한 모습이 공존하는 얼굴과 연기로 다채로운 감정선을 소화해낸다. 송승헌과 함께 파격적인 노출의 상당부분을 담당하지만, 단지 노출로만 기억되지 않을 만한 섬세한 연기로 시선을 붙든다. 

'춘향전'의 춘향과 '인간중독'의 숙진, '기생충'의 연교를 거치며 데뷔한 지 25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조여정은 폐쇄 공간에서 성진과 미주의 모습을 지켜보며 좌절하고 미쳐가는 복잡다단한 변화를 신들린 듯한 연기로 뿜어낸다. ''기생충'의 연교가 자신의 집 밀실에 갇혔다면?'이란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설정도 재미나다. '인간중독'으로 자신의 연기를 확장한 송승헌은 이번 작품으로 비틀린 욕망을 숨긴 현실적인 인물을 표현하며 세계를 넓혀간다. 과감한 노출과 베드신, 감정연기를 무난히 소화해낸다. 3주간 견과류만 먹으며 다듬은 아름다운 신체는 덤. 

사진=스튜디오앤뉴

밀실의 존재가 드러나고, 인물들의 사연이 플래시백으로 들춰지면서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보이며 결말을 가늠할 수 없게 한다. 각색이 많아진 만큼 원작의 엔딩과는 사뭇 다른 엔딩에 다다르는데, 호불호가 갈리면서 임팩트가 상당한 엔딩이다. 발칙한 상상과 에로티시즘을 매혹적으로 담아내는 김대우 감독의 미장센도 여전하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첼리스트가 주인공이란 설정답게 슈베르트를 비롯한 클래식 선율이 담기며 우아한 정서로 욕망으로 들끓는 작품 전반을 휘감는다. 

한 꺼풀, 한 꺼풀, 비밀이 벗겨지면서 평소엔 보이지 않던 인간의 억눌린 본성과 숨겨진 욕망을 파헤치는 '히든페이스'는 11월 20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5분. 등급은 당연히 청소년 관람불가이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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