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되살아난 `반과학적 망령`… 트럼프 재집권에 고민하는 글로벌 과학계

이준기 2024. 11.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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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는 사기라는 트럼프
유력언론들 과학정책 연일 비판
바이든과 정책差… 불확실성 ↑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제공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 과학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사기'라며 반(反)과학적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차기 행정부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저널 양대 산맥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뿐 아니라 미국 유력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과학기술 정책을 연일 비판하며 친과학 정책 추진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다만, 자국 우선주의 기조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견지해 온 대중(中) 견제 정책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국의 첨단기술 육성과 보호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여 트럼프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외면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리협약 탈퇴 가능성…기후위기 '가속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과학계의 우려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기후변화에 대한 트럼프의 반과학적 인식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역대 최악의 사기 중 하나"라고 폄하하며 지난 재임 시절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재가입했지만, 만약 이번에도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또다시 탈퇴한다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 세계 기후 위기는 가속화될 게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의 화석연료 중심의 미국 에너지 자립 강화 정책 추진과 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또는 축소 등도 기후 위기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COP29에 참석한 바이든 행정부의 존 포데스타 기후특사는 "트럼프의 당선은 기후 운동가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차기 행정부가 기후 정책의 방향을 되돌리려 하겠지만,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미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스트 사울로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도 트럼프 당선을 의식한 듯 "파리협정의 야심찬 계획은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공중보건의 또다른 재앙… 백신 음모론자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에 '발칵'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또다른 분야는 공중보건이다. 특히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트럼프가 지명함에 따라 공중보건 분야에서 커다란 혼란이 예상된다. 케네디 주니어가 지명되자 미국 의료계를 포함한 공중보건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모더나 등 백신 관련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떨어졌다.

케네디 주니어는 최근 "백신 안전성에 대한 과학에는 엄청난 결함이 있다"라고 여전히 백신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 역시 공중보건과 관련한 속임수, 잘못된 정보로부터 미국인들이 오랫동안 식품·제약업체에 짓밟혀 왔다고 불신을 과감히 드러낸 바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수돗물 불소화'를 전면 철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충치 예방 등 구강 건강을 위해 미국 정부가 70년 전부터 권고한 보건정책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향후 미국 공중보건 정책의 비과학적 추진이 몰고 올 엄청난 파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진보 성향의 미국 소비자 권익 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성명을 통해 "케네디 주니어 내정자는 국가 보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다. 그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트럼프 당선인은 또다른 정책으로 인한 공중보건 재앙을 추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원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과학기술정책센터 박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더욱 부각되고, AI 등의 급속한 발전에 비춰볼 때 향후 과학기술 정책의 파급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극명한 정책 차이에 따른 정책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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