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년 만에 꺼내든 '자사주 매입' 카드…오를까?

이한림 2024. 11. 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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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장 초반 급등세…반등은 '성공적'
자사주 카드만으로 우상향은 '글쎄'

지난 15일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18일 오전 10시 기준 장 초반 최대 7%대 급등하면서 강세를 띠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삼성전자가 급락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매입 발표 후 9개월간 주가가 50% 급등해 재미를 봤던 7년 전 카드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매입 규모도 최대 10조원으로 2015년(11조3000억원) 이후 두번째로 많다.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활용한 주가 제고 방안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낼지 관심을 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 넘게 오른 5만7000원에 장을 열었다. 이후 40분가량 5만6000원대에 머물렀으나 47분 기준 시가를 넘어선 5만7100원에 거래되면서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무려 4년 5개월 만에 4만원대까지 떨어진 주가가 무색할 만큼 일시적 반등에는 성공한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강세는 지난 15일 오후 5시 50분쯤 공시한 자사주 매입 계획에 따른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와 우선주 포함 1년간 10조원어치의 자사주를 단계적으로 매입하고 올해 말까지 3조원 상당 주식은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또한 삼성전자 주요 임원들이 올해만 약 16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내온 것도 주가 급락에 실망한 주주들을 달래는 데 유효하고 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자사주 매입에 쓴 임원은 노태문 모바일경험 사업부 사장으로, 올해만 세 차례에 걸쳐 총 10억15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기업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하면 대체로 주가는 오른다. 규모만큼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부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이번 자사주 매입을 두고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계획도 우선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조원 소각 후 남은 자사주 7조원어치에 대해서는 활용 방안과 시기 등을 논의해 향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나, 주주 가치 제고 관점에서 진행된다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서다.

김도원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후 과거 주가 추이 사례를 감안하면 단기 상승세를 시현하며 반등 계기로 분명 작용했다"며 "10조원 자사주 매입 결정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되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의 단기 반등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최저 4만원대까지 추락한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오름세를 얼마나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더팩트 DB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기술 경쟁력 강화 없이는 자사주 매입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DDR4, DDR5 등 범용 메모리는 재고가 쌓여있고, 미국 엔비디아에 납품하겠다고 공언한 고대역폭메모리(HBM3E)도 아직 소식이 없다.

자사주 매입 후 늘 주가가 올랐던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5년 10월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을 때는 첫날 6% 오른 후 두 달가량은 오름세를 보였으나 12월부터 다시 자사주 매입때보다 낮은 가격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업황이 회복되면서 우상향했고 2017년과 2018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계기가 됐으나 역대 최대 규모(11조5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효과로 주가가 올랐다고 보는 이는 적었다.

여기에 과거보다 더딘 실적과 성장성도 난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든 2017년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50조원을 돌파한 시기다. 올해 영업이익은 반도체 업황이 바닥이던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최대 40조원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 내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주도한 외국인투자자(외인)의 매도세가 거센 점도 발목을 잡는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외인은 지난 10월 한 달간 25거래일 연속 매도를 그리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총 10조854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삼성전자가 이번 자사주 총 매입 금액보다 많은 수치다. 주가는 이 기간 20%가량 떨어졌다. 11월 들어서도 15일 주가가 7% 오르기 전까지 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김 연구원은 "과거 중장기 주가의 상승폭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인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여부였다"며 "중장기 관점의 주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6세대 HBM인 HBM4 주도권 확보를 통한 시장 조기 진입과 범용 메모리 재고의 뚜렷한 감소세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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