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국가핵심기술’ 타이틀 확보…경영권 분쟁 ‘명분’에 힘 실리나

조유빈 기자 2024. 11. 18. 10: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를 제조하는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고려아연의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되면서, 향후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이 진행될 경우 정부가 이를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국가핵심기술 인정으로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해 이익을 실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 진행 시 정부 승인 필요
고려아연, ‘국가기간기업 보호’ 강화 논거 생겨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앞 ⓒ연합뉴스

정부가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를 제조하는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가 향후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고려아연은 이를 '국가기간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하는 논거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고려아연의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 통보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서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 현재 정부는 70여 건의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이번에 인정된 고려아연의 기술은 이차전지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다. 고려아연이 자회사 켐코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양극재를 만드는 전 단계 물질인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화합물로, 리튬을 추가로 주입하면 양극재가 된다. 하이니켈 전구체는 전구체에서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높일 수 있어 최근 자동차용 고급 배터리로 수요가 많아졌다.

MBK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고려아연은 지난 9월24일 산업부에 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전격 신청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구상에 타격을 가하는 한편,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기간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을 내놨다.

고려아연의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되면서, 향후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이 진행될 경우 정부가 이를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국가핵심기술 인정으로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해 이익을 실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중국 등으로의 재매각 계획을 부인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내세운 '국가기간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내세운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추정되는 약 34.65% 대비 5%포인트 이상 앞서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7.4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경영권 다툼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고려아연의 일반 주주 지지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주실 캐스팅 보트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분들"이라며 "저희의 경쟁 대상이 MBK와 영풍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