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복숭아 풍미의 버번…칵테일로 즐기면 베스트죠”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11.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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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졸러 제퍼슨 창립자 겸 전략 책임 인터뷰
켄터키주서 아버지와 창업
28년째 버번 브랜드 지켜와
증류주 제조로 체포된 8대 조모
위스키사에 이름 올린 첫 여성
父子 나란히 명예의 전당 등재
국내 시장 진출 기념해 방한
“주류 사업은 가업이자 유산”
지난 12일 트레이 졸러 제퍼슨 전략 책임(왼쪽)과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가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페르노리카]
잔에 따라져 있는 위스키가 흔들리는 배를 따라 찰랑인다. 그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인다. ‘배 위에 오크통이 있다면 그 안에 담긴 위스키도 흔들릴 것이고, 그러면 숙성이 빨라지겠구나.’ 오크통을 배 위에 올리고 항해하며 숙성하는 실험이 시작됐다. 코스타리카 항해(2008년) 중 떠오른 아이디어는 버번 위스키인 ‘제퍼슨 오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까사알렉시스 도산 플래그쉽 갤러리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트레이 졸러(55) 제퍼슨 창립자 겸 전략 책임은 바다 숙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제퍼슨 오션의 출발을 이같이 회고했다. 졸러 책임은 “제프슨 오션을 마시면 부드러운 크림 브륄레와 바다 향취가 느껴지며 카라멜과 연한 황설탕의 달달함, 향긋한 계피와 소금, 은은한 커피 맛이 느껴진다”며 “바다의 짭짭할 향이 입안을 감싼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버번 위스키 브랜드인 제퍼슨의 창립자이면서 제퍼슨 오션을 포함한 여러 제품을 직접 개발한 인물이다. 지난해 말 국내에 처음 출시한 제퍼슨을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제퍼슨의 버번 위스키는 4가지 대표적 제품으로 구성된다. 버번, 리저브, 오션, 트로픽스다. 제퍼슨 오션은 파도와 풍해에 따라 흔들리는 배 위라는 조건, 위스키와 오크통의 상호작용, 열대기후에서 한대기후까지 극한의 오가는 날씨 환경을 활용해 고유함을 만들어낸다.

왼쪽부터 제퍼슨 버번, 리저브, 오션, 트로픽스. [사진 출처 = 페르노리카]
졸러 책임은 제퍼슨 버번의 고유함으로 독창적인 블렌딩을 꼽았다. 제퍼슨은 브랜드가 확보한 다양한 메시빌(곡물 배합 레시피)과 각기 다른 숙성년수의 블렌딩을 통해 독창적이고 고급스러운 풍미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여러 증류소의 다양한 위스키 스타일과 기법도 블렌딩에 적용한다.

졸러 책임은 숙성기술을 두 번째 고유함으로 꼽았다. 위스키는 숙성 과정에서 습도, 온도 등의 기후, 피니싱 기술, 오크통, 태양과 바람 등 날씨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조건들에 따라 고유의 향과 맛을 지니게 된다. 그는 “버번을 싱가포르처럼 습한 기후를 가진 다양한 환경에서 빠르게 숙성시킨다”면서 “초기 숙성 이후 럼, 코냑,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서 피니싱해 풍부함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트레이 졸러 제퍼슨 전략 책임(왼쪽)이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페르노리카]
이어 “웨이브 스테이브 기술이 적용된 오크통은 버번과 오크통 사이의 상호작용을 높여 버번의 풍미를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웨이브 스테이브 오크통은 일반 오크통과 다르게 오크통 안쪽 면을 물결 모양처럼 홈으로 파낸 오크통이다. 원액과 오크통이 닿는 면적을 넓혀 원액과 오크통 사이의 상호작용이 더 활발하게 되도록 돕는다.

제퍼슨이 처음부터 잘됐던 건 아니다. 졸러 책임은 1997년 28살에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 아버지 체트 졸러와 함께 제퍼슨을 창업한 이후 28년째 브랜드를 이어오고 있다. 졸러 책임은 창립 초창기부터 10년까지가 가장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그는 “그 당시 미국에선 아무도 버번을 마시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졸러 책임은 “1990년대 중후반은 아메리칸 위스키를 만들기에 가장 위험한 시기여서 모두가 브랜드의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새로운 프리미엄 버번 브랜드 출시 소식을 예고했을 때, 업계 사람들은 다들 나를 미쳤다고 외쳤을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버번은 30년간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졸러 책임은 “미주 전역에 8개의 증류소밖에 없었다”면서 “판매하지 못 한 버번들이 넘쳐났으며, 이 버번들은 4년짜리 버번으로 블렌딩 되거나 혹은 모두 증발할 때까지 그냥 통 안에 남아있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제가 여러 증류소를 방문해 버번을 사고 싶다고 했을 때, 증류소에서는 화색을 띄우며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고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트레이 졸러 제퍼슨 전략 책임. [사진 출처 = 페르노리카]
졸러 책임은 제퍼슨 출시 후 10년간의 침체를 오히려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15살 부터 항상 하던 말이 ‘고생 끝에 낙이 온다’였다”면서 “오히려 침체기에 용기 있는 과감한 투자로 돌파구를 찾아 나갔다”고 말했다.

버번과 연관된 그의 깊은 가족사는 침체기에 그를 버티게 해준 힘이 됐다. 제퍼슨의 공동 창업자이자 아버지인 체트 졸러는 저명한 버번 역사가다. 1799년 졸러의 8대 조모는 ‘증류주 제조와 판매’ 혐의로 체포돼 미국 위스키 비즈니스 역사에 처음 이름을 올린 여성이기도 했다. 졸러 책임은 “버번은 우리 가족에게 익숙한 가업이자, 지켜나가야 하는 문화유산이기도 했다”며 “가업을 다시 잇자는 아버지의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버번 부자(父子)는 브랜드 창립 이후 제퍼슨 브랜드 만의 길을 개척해낸 공로로 지난해 나란히 ‘켄터키 버번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켄터키 버번 명예의 전당은 미국 버번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개인 또는 조직의 공로를 인정하며 수상하는 연례 시상식이다. 졸러 책임은 “이 수상은 고객뿐 아니라 켄터키 증류업자 협회에 소속된 전문가들에게 전문성과 명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 매우 기쁘다”며 “우리는 혁신과 전통의 균형을 추구하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번 위스키를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제퍼슨 버번을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퍼슨 버번을 즐기는 방법도 귀띔해줬다. 졸러 책임은 “복합적인 향과 부드러운 맛을 가진 제퍼슨 버번은 니트나 온더락으로 즐기기에도 훌륭하다”면서도 “칵테일로 마시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제퍼슨 버번. [사진 출처 = 페르노리카]
졸러 책임은 칵테일 중에서는 ‘올드 패션드’를 추천한다. 올드 패션드 칵테일에는 버번이나 라이 위스키가 주로 사용된다. 그는 “제퍼슨 버번은 브라운 슈가향과 레몬향이 어우러져 바닐라, 복숭아, 토피 같은 복합적인 풍미와 부드럽고 따뜻한 꿀 향으로 마무리되는 입체적인 맛과 향을 자랑한다”며 “올드 패션드에 가장 적합한 버번 위스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퍼슨 버번에 취향에 맞는 시럽, 비터스, 가니시도 조합해보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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