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後 : 신도시 아파트 가격, 강남만큼 올랐다 [추적+]

최아름 기자 2024. 11. 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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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수도권 5만호 공급 대책
서울 2만호 경기 3만호 등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 공급 반복
분양시 임대주택 재고로 축적 불가
시장 가격 자극했다는 비판 받기도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질 때마다 정부는 '공급카드'를 꺼내들었다. 땅을 만들어낼 순 없는 정부가 선택한 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였다.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가 부동산 시장을 누그러뜨리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그린벨트 해제 후 공급한 주택은 공급 효과보다 집값 자극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 | 뉴시스]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임대 후 분양전환' 주택을 공급한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2만호를 포함해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에 총 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은 서리풀 1곳, 경기도에서는 고양시 대곡에 9000호, 의왕시 오전왕곡에 1만4000호, 의정부시 용현에는 7000호를 공급한다. 서리풀지구는 서울 서초구의 원지동ㆍ신원동ㆍ염곡동ㆍ내곡동ㆍ우면동 일대 2.2㎢(약 67만평)를 포함하는 지역이다.

서울은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공급한다. 경기도의 나머지 지역은 2029년에 첫 분양을 시작한다. 서리풀에 공급하는 2만호 중 55.0%인 1만1000호는 신혼부부를 위한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2)'으로 공급한다. 기본 10년간 전세로 임대할 수 있다. 자녀를 출산하면 추가로 10년을 더 임대해 최장 20년간 임대하는 게 가능하다. 관건은 현 정부가 선택한 '그린벨트 해제'가 부동산 시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느냐다.

■ MB 사례 = 먼저 전례前例를 보자. 그린벨트를 해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MB) 정부는 2009년 강남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하고 '보금자리 주택(2012년 입주)'을 만들었다. 그중 일부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토지와 건물을 동시에 분양하지 않고 건물만 분양했다. 토지는 20만원의 월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값을 치렀다.

MB 정부는 땅값을 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발판으로 서민의 주거 안정을 꾀했지만 공급 효과는 4년이 채 가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KB부동산·2022년 1월 100 기준)는 입주 시기였던 2012년 12월 59.22에서 2016년 12월 60.08로 4년간 0.86포인트 상승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을 늘린 후 집값은 4년간 잠잠했지만 결국은 다시 가파르게 올랐다는 거다.[※참고: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63.21에서 2021년 89.37로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주택법 개정에 따라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공환매 의무마저 사라져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졌다. 토지가 여전히 정부 소유라는 점을 고려해도,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 尹의 선택 = 이번 그린벨트 해제도 MB 정책과 결이 비슷하다. 가령, 신혼부부를 위한 '미리내집' 거주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분양을 받고 육아 친화 단지로 꾸며진 인프라를 누릴 수 있지만, 최장 20년 후엔 새로운 신혼부부가 입주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MB의 전례에 빗대면, 20년 후 분양으로 전환하면 시장가격만큼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분양했던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인 '강남브리즈힐' 전용면적 74㎡ 아파트는 2012년 당시 1억9610만원으로 분양했다. 12년이 흐른 2024년(11월 18일 기준) 이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는 9억5166만원으로 4.9배가 됐다.

같은 시기에 분양했던 일반분양 아파트인 '래미안 강남힐즈' 전용면적 91㎡는 분양 당시 7억2000만원에서 2024년(11월 18일 기준) 평균 실거래가는 18억450만원으로 2.5배 올랐다.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공공아파트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하면 결국 시세를 따라잡는 수준까지 가격이 빠르게 오른다. '미리내집'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공산이 없지 않다.

■ 축적된 부작용 = 사실 지난 8월 윤 정부가 8ㆍ8 부동산 대책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밀어붙일 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집값 안정 효과는 없고 오히려 집값 상승, 투기 우려 등 여러 부작용만 불러일으킨다"면서 그린벨트 해제 정책을 반대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서울 마곡과 위례, 경기도 판교, 과천에서 (그린벨트를 푼 다음)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모두 적정 분양가보다 비싸게 공급돼 주변 집값만 자극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조성한 판교 신도시 수용 가격은 3.3㎡(약 1평ㆍ이하 같은 기준)당 93만원, 택지를 조성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622만원(529만원 추가)에 달했는데, 정부는 이 땅을 민간에 10 46만원에 팔았다. 원가의 1.7배 값에 땅을 사들인 건설사들은 2001년 3.3㎡당 750만원으로 예상되던 판교 땅을 2006년에서 2008년 사이 1100만~1700만원에 팔았다.

당연히 실거래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판교역 일대의 경기 성남 분당구 삼평동과 백현동의 실거래가는 판교 신도시 조성 당시 각각 1598만원(2008년), 2390만원(2009년 기준)에서 2024년 11월 기준 각각 5018만원, 5244만원으로 3.1배, 2.2배 뛰었다.

이는 비슷한 기간 강남구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의 상승폭 2.6배(2008년 11월 2785만원→2024년 11월 7361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한 판교 신도시의 가격이 강남구만큼 뛰었다는 거다.

그린벨트 해제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사진 | 뉴시스]

서울의 그린벨트는 2000년 기준 168㎢(약 5082만평)였다. 24년간 18㎢(약 54만평)를 해제해 지금은 150㎢가 남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열할 때마다 정부는 1㎢씩, 2㎢씩 그린벨트를 풀고 아파트를 만들어왔다. 임대보다 분양에 초점을 맞춘 공급이었기 때문에 한번 공급하고 나면 그린벨트 위 주택은 민간시장으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처음엔 저렴하게 공급했을지 몰라도 결국은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잡히지 않을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집값이 다시 오르면 그다음 정부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 윤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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