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색만 썼다'…미피의 '브루너 컬러'를 아시나요

박시나 기자 2024. 11. 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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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규모' 미피의 한국 전시 A-Z까지③]
6가지 '브루너 컬러', 정사각형 판형, 정면 응시…아이들 시선으로
오는 21일부터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서 '미피와 마법 우체통' 전시
미피시리즈는 가로세로 16cm의 정사각형 판형이다./사진=셔터스톡

정사각형과 6가지 색상은 미피와 미피를 그린 작가 딕 브루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미피 시리즈'라고 불리는 딕 부르너의 스퀘어북이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도서 판형은 세로로 긴 직사각형 판형이다. 하지만 미피시리즈는 조금 색다르다. 아이들이 손에 잡기 편한 가로 X 세로 16cm의 정사각형 모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림만이, 왼쪽 페이지에는 네 줄로 정렬된 글이 위치해 단숨에 읽어내려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이 시리즈의 인기는 판매량과 번역된 언어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년 동안 무려 8,500만 부 이상 인쇄된 시리즈이며, 번역된 언어는 50개가 넘는다.

정사각형 판형에 등장하는 색상들에도 딕 브루너의 철학이 담겨 있다. 브루너는 색채를 6가지로 제한하며 색채가 갖는 힘을 강조한다. 브루너가 미피와 책에 사용한 여섯 가지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갈색과 회색이다. 각각의 의미와 규칙을 담고 있는 이 색은 '브루너 컬러(Bruna Color)로 불린다.

브루너는 아이들이 조금 더 긍정적이고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색을 조합해, 아이들을 위한 색을 재현했다.

태국 산토리니공원 미피 구역/사진=셔터스톡
'브루너 컬러' 6가지 색…각각의 의미와 규칙 담아

딕 브루너는 한 페이지에 2∼3가지 색만을 사용했으며, 초기에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만으로 책을 구성했다. 빨강, 파랑, 초록의 채도 높은 컬러는 영유아기에 선호하는 색상과 맞아떨어져 아이의 시선을 끈다. 갈색과 회색은 디자인상 필요해 의해 추가된 색이다. 갈색은 나무를 상징하며 회색은 코끼리, 하마 등 동물 본래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브루너 컬러에 추가됐다.

이외에 당근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오렌지 컬러가 있다. 하지만 이 색상은 오로지 당근을 표현할 때만 사용돼 브루너 컬러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미피 시리즈에서 빨강은 미피 세상의 따뜻함을 의미한다. 미피가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을 때나 기쁘고 행복한 상황에서 등장한다. 이러한 장면 속에서 배경 색상으로 자주 사용된다. 브루너는 "미피와 친구들을 그릴 때는 따뜻함과 안락함을 느끼기 위해 주로 빨간색과 노란색 배경을 그린다"고 말했다.

노랑 역시 빨강과 비슷하게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미피가 다니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텐트의 색상이 노랑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피의 세상에서 파랑은 쓸쓸하고 슬프며 두려운 색상 중 하나다. 미피의 이야기는 집 안과 밖의 작은 모험들로 이뤄져 있다. 친근하고 단순하지만 장애와 죽음과 같은 어려운 주제도 피하지 않는다. 눈이 오는 추운 날이나 미피가 사탕 가게에서 사탕을 훔쳤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미피의 세상은 온통 파랗게 물들어 있다.

초록은 식물과 자연을 표현하는 색이다. 미피와 친구들이 숲속에서 지내는 것을 생각했을 때 집 밖인 실외를 상징한다.

태국 산토리니공원. /사진=셔터스톡
미피와 친구들 캐릭터가 앞만 보고 있는 이유
미피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은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항상 정면을 응시한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쉽게 교감하기 위해 항상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딕 브루너는 캐릭터의 옆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 오직 앞 만을 응시하며 슬플 때는 눈물방울을 그려 넣거나, 눈과 입의 위치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절제감을 높였다.

딕 브루너는 생전 인터뷰에서 "작업을 위해 책상에 앉을 때 가끔 어린이가 서서 나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상상을 한다"며 "그래서 미피는 항상 앞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기획사 피플리는 미피를 그대로 담아낸 정사각형 판형과 단순한 색채의 도서를 이번 '미피와 마법 우체통' 전시의 중심으로 생각했다. 도서는 딕 브루너 작가와 미피를 응축해놓은 결과물이며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시발점이라는게 피플리 측의 기획의도이다.

이에 도서에 대한 내용적 측면과 심미적 측면을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조성했다. 또 관람객이 도서 자체가 가진 매력에 집중할 수 있게끔 공간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이 공간에는 기존과 다른 판형을 가진 미피 초판본도 전시돼 미피 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판형, 사용하는 색상, 표현하는 방식까지 단순함을 자랑하는 미피 시리즈. 이 단순함 속에는 딕 브루너 작가가 예술 활동을 이어오며 꼭 필요한 것만 남기겠다는 본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피 70주년 생일을 맞아 열리는 '미피와 마법 우체통' 전시는 오는 21일부터 내년 8월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관람객들을 맞는다.

박시나 기자 sina863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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