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직원은 누구에게 배우는가?
37개월 된 손녀는 무슨 말만 하면 그대로 따라한다. 딸과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서 모든 말을 따라한다.
딸이 주의를 주자, 그 주의 주는 말도 따라해 웃음을 자아낸다.
조직에서 직원들이 듣고 보는 것은 ‘상사의 언행’이다.
생각이 담긴 상사의 언행에는 존경과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하지만, 상사의 다음 행동에 구성원은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할 것인가?
- 상사가 멋대로 법인 카드를 개인 용도로 쓴다.
- 업무 시간에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게 자리를 비운다.
- 거짓을 일삼고 절대 책임질 일을 하지 않는다.
- 경영층에게는 비굴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소리 지른다.
-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결정이나 의견이 왔다 갔다 한다.
- 1년에 책 한 권은 읽는 지 모를 정도로 공부하지 않는다.
- 변화는 이미 시작했는데, 아직도 과거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만 강조한다.
- 팀원이 없는 자리에서 “멍청하다”, “개인적이다” 등 뒷담화를 일삼는다.
놀랍게도 직원들도 상사를 닮아간다.
직원들은 항상 상사를 바라본다. 상사의 언행을 보며 자신이 어떻게 언행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한다.
결국, 직원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길 원한다면, 우선 상사인 자신부터 바람직한 언행을 보여줘야 한다.
때로는 온정도 좋지만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A회사 컨설팅을 할 때이다.
경영관리 본부장은 매우 권위적이고 독불장군 식의 리더였다. 재무통으로 회사의 재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없으면 회사는 망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회의 시간에 항상 5분 정도 늦게 들어오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법이었다.
회의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결정이 된 사안에 대해 CEO를 만나 반대를 한다.
단돈 1원이라도 사용하는 결재는 반드시 경영관리본부의 합의를 받아야 했다.
담당자 선에서 조치가 가능한 안들이 본부장까지 올라가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현장에서는 일정은 촉박한데 결정이 안되니 답답함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본부장의 생각과 행동을 보는 경영관리본부 직원들의 현업 조직에 대하는 마음과 자세는 어떻겠는가?
컨설팅 중간에 CEO에게 경영관리본부장 이슈를 별도 보고했다. CEO는 본부장이 없으면 회사 재무를 알고 이끌 사람이 없어 회사가 어렵게 된다고 걱정한다. 컨설팅 기간 중 본부장 면담을 통해 피드백을 주길 요청한다. 최종보고서에 경영관리본부장의 보직해임을 담았다.
리더는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과 성과를 책임지며 이끄는 사람이다.
리더를 보면 직원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 것인가 알 수 있다.
리더는 올바른 가치관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도 경영, 솔선수범, 악착 같은 실행으로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과를 창출하도록 일관되고 지속된 생각과 언행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한 방향 정렬이 되고 단합된 팀워크를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확대되는 조직은 길고 멀리 보며 모범을 보이는 리더가 있다.
리더가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있다.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국가와 공기업, 많은 중소기업에는 ‘한번 리더이면 영원한 리더’인 경우가 있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이 강하다. 리더가 되어 과거 낮은 직급에 있을 때 잘했던 지식이나 경험, 원칙을 고수하면 곤란하다. 그 리더의 자리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체를 보며 조직을 한 방향 정렬시키고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리더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잘못을 하고 있는데, 이미 리더이기 때문에 강한 조치를 할 수 없는 회사는 어떻게 되겠는가?
내가 중대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정년 퇴직까지 쭉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회사 분위기와 리더라면, 그들은 도전적인 일을 만들고 실행하지 않는다. 가늘고 길게 정년 퇴직까지 ‘했다주의 식’의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민간 기업이라면 망한다.
회사는 1년에 한번이라도 리더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유형별 관리를 해야만 한다.
성과와 역량을 툴로 2X2 또는3X3 Matrix를 만들어 성과와 역량이 뛰어난 리더는 승진 내지는 작은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성과와 역량이 모두 떨어지는 리더는 기회를 주고 개선하지 못하거나 가능성이 없으면 빨리 보직해임을 해야 한다. 이러한 진단을 통한 유형별 관리는 긴장을 유발하고 조직을 건강하게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빨리 보직 해임 하지 않은 잘못으로 조직과 직원을 모두 잃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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