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김태리 “그저 재미있겠다는 생각뿐” 그렇게 3년을 던졌다[일문일답 인터뷰 ①]
배우 김태리의 연기는 늘 배역에 완벽하게 젖어 드는 고난의 여정이었다. 드라마 ‘정년이’ 속 윤정년이 소리를 찾기 위해 야산을 헤매고, 동굴에서 애끓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듯 김태리 역시 자신의 연기를 위해 늘 자신을 내던지는 행보를 이어왔다.
2021년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찍을 때 펜싱선수 나희도를 연기하기 위해 매일 2시간씩 6개월 동안 펜싱을 배웠고, 함께 한 김지연(보나)의 집에 놀러 갈 때도 모래주머니를 차고 간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이번 정년이를 위해 3년을 매진한 소리 연습 결과를 선보였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모두 쏟아낸 연기를 한 김태리, 그래서 그런지 종방 이후 소감에서도 새롭게 배우로서 발견하게 된 자신에 대한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김태리는 지난 17일 막을 내린 ‘정년이’에 대한 여러가지 소회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스포츠경향’에 보내왔다. 그는 이 여정을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고 정의했다.
이하 김태리의 일문일답 전문.
- ‘정년이’를 마친 소감은?
“모든 배우진의 소리와 무대 연기에 대한 부담, 4개의 큰 무대, 그리고 시대적 배경인 50년대까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고 그렇게 기적처럼 만들어진 드라마가 기적처럼 단기간에 많은 시청자분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청자분들께 먼저 무궁무진한 감사를 드리고 싶고 이 드라마를 만들 용기를 내고 또 기적을 만들어낸 모든 제작진분들과 함께한 배우분들께도 따뜻한 감사 전하고 싶습니다.”
- 정년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 들었던 감정을 한 단어를 표현한다면? 이유는?
“‘재미있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큰 도전을 한다는 불안도 없었습니다. 당장 소리 연습을 시작했고 기대보다 더 재밌고 더 즐거웠습니다. 이 즐겁고 재밌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되고 즐기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 정년이를 생각하면 단연, 소리, 안무, 전라도 사투리가 먼저 떠오른다. 각각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나? 외에 인물을 구현해 내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각 분야의 선생님들이 정말 각고의 노력을 해주셨습니다. 모든 분야를 기초부터 시작했어요. 잘하는 척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끝까지 노력했음에도 안 되는 경우에야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기술을 물었습니다. 권송희 소리 선생님과는 21년도 첫 수업부터 그 모든 날 함께 소리를 주고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선생님(김수연 명창)께도 몇 번의 수업을 받았었는데 권송희 선생님은 옆에서 함께 무릎 꿇고 앉아 학부모의 심정으로 저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떡목‘이 된 이후 씬의 녹음 전날은 연습실을 빌려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몇 시간이고 목을 긁기 위해 함께 소리를 했습니다. 지쳤던 날들에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응원의 메시지들이 참 좋았습니다. 서로를 존경하고 위하며 그렇게 함께했습니다. 이이슬 안무 선생님과의 합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선생님은 실수에서도 좋은 것을 끄집어내 주는 분이셨고 제 몸에 맞는 동작을 찾아주려 끝까지 노력하셨습니다. 지방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에도 수업해주실 정도로 배우가 욕심내는 모든 것을 만들어주시려 애써주셨습니다.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던 때에 매란국극단의 배우들 모두가 이젠 정말 제자처럼 느껴진다던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사투리는 목포 출신의 배우 정수정 선생님이 프리 단계부터 모든 촬영일자와 후반 ADR(후시녹음)까지 전부 붙어 지도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사전에 이렇게나 대사를 전부 숙지했던 드라마가 없을 정도로 많은 대사를 숙지하고 촬영에 들어갔었던 거 같아요. 광주 출신의 오경화 배우(윤정자 역)와 함께 셋이 한 줄 한 줄, 한 단어 한 단어까지 사투리의 맛이 느껴지면서 인물의 성격도 살릴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댔습니다. 마냥 듣기 좋은 사투리보다 시대성을 살리자고 얘기했고, 요즘 사람들은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나 문장도 감독님을 설득해 조금씩 집어넣었습니다.”
-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에겐 여성국극이라는 소재가 생소했을 것 같다. 배우 김태리가 매료된 여성국극의 매력은?
“원작 안에서 그려지는 여성국극의 세계가 흥미진진했습니다. 우리 소리로 만드는 연극, 엄청났던 인기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짧았던 전성기,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 또 여성국극이 탄생하게 된 맥락, 그 역사가 가치 있다고 느꼈고 여성이 남역을 맡았을 때의 정의된 젠더를 넘어서는 매력이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 직접 뽑은 드라마 ‘정년이’의 명장면 또는 명대사는?
“시퍼런 새벽을 넘어 해가 뜨며 붉어지는 바닷가에서 엄마 공선(문소리)이 ‘추월만정’을 불러주는 씬을 꼽고 싶습니다. 모녀의 갈등을 완전히 씻어내리며 또한 공선의 모든 한이 정년의 마음으로, 한 많은 세상으로 녹아내린 씬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는 한이고 우리 드라마의 가장 거칠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고 생각해요.” (②에서 계속)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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