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인니 팬들이 대패 후 일본 선수들에게 야유 퍼부은 사연은?

김태석 기자 2024. 11.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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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자카르타/인도네시아)

아무리 강적과 상대한다고 해도 지고 속편한 이는 없다. 더욱이 마음으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일본에 큰 점수 차로 졌던 인도네시아 팬들이 바로 그런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선지 일본전이 끝난 후 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양 팀간 소통 부재 때문에 엄청난 야유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15일 밤 9시(한국 시각)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그룹 5라운드 일본전에서 0-4로 패했다. 인도네시아는 경기 초반 두 차례 결정적 찬스를 잡는 등 분위기를 휘어잡는 듯했으나 수비 실수로 먼저 실점한 후 수비가 크게 무너져 안방에서 큰 점수 차로 패배하고 말았다.

객관적 지표상 일본이 넘어서기 정말 힘든 상대라는 걸 인도네시아 팬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선지 경기 직후 스타디움 내 7만 인도네시아 팬들은 선수들을 향한 비난이나 야유를 가하지 않았다. 외려 속이 무척 쓰렸을 선수들, 특히 신태용 감독의 기를 살리려는 구호가 경기장 내에 울려퍼지기도 했다.

반대로 일본 선수들이 생각지도 못한 폭풍 야유를 받고 당황하는 모습이 연출되었었다. 일본 선수들은 물론 그 모습을 지켜 봤던 일본 취재진들도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였다. 경기 중계 영상에 잡히지 않았던 모습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도네시아 선수단의 전통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일본 선수단의 행위가 빚어낸 해프닝이었다.

인도네시아는 홈 경기 직후 하프 서클에 도열해 인도네시아 팬들이 열광적으로 부르는 응원가를 듣고 이에 감사하는 행사를 가지는 게 일종의 관례인 듯했다. 사족이지만, 이들의 멋진 전통을 현장에서 지켜보니 실로 장관이었다. 어쨌든 경기 직후 피치 위 상황이 정리가 되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팬들이 부르는 응원가를 선수들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들은 후 마음을 담아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4-0으로 승리한 일본 선수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일본 선수들은 승리 직후 국가대표팀 서포터즈인 '울트라 니폰' 앞에서 원정 승리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때부터 야유가 나왔는데, 여기까지는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홈팬들 처지에서는 자신의 안방에서 마치 정복당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처럼 광적 열기를 자랑하는 나라에서는 특히 그렇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기념 사진을 찍고 라커룸으로 향할 줄 알았던 일본 선수들이 피치를 떠나지 않았다. 코치의 지도에 따라 경기를 뛴 선수들이 이른바 '쿨 다운' 트레이닝을 한 것이다. 일본 선수들은 경기장 구석에서 쿨 다운 트레이닝을 하며 경기 정리를 위한 몸 풀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게 인도네시아 팬들을 크게 자극했다. 그리고 팬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위해 하프 서클에 도열해 있던 인도네시아 선수단의 분위기도 점점 나빠졌다.

급기야 인도네시아 수비의 핵이자 주장인 제이 이제스가 일본 코치에게 다가가 피치를 떠나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거칠게 항의하는 게 아니라, 차분히 행사가 있을 예정이니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일본 선수단은 그때 처음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인지한 듯했다. 결국 일본 선수들은 인도네시아의 행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더 재미있는 점은,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행사가 끝나고 트랙 한 바퀴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동안 일본 선수들이 다시 피치에 등장해 쿨 다운 훈련을 마무리하고 경기장을 떠난 것이다. 일본 선수들이 쿨 다운 트레이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도네시아 팬들은 아니나다를까 더욱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한편 신태용 감독은 모든 행사가 끝난 직후 일본 벤치로 향해 그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나나미 히로시 코치 등 일본 스태프와 인사를 주고받으며 신사다운 모습을 보였다. 신 감독은 일본전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19일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C그룹 6라운드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치를 계획이다.

글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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