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학교폭력의 근절은 전방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채한태 대전대 법학과 교수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오히려 증가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초·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는 6만 1445건으로, 전년도보다 3464건 증가했다.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체육 특기자 전형에 학교폭력 가해 전력을 반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전면 재점검하고 보다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유형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단순한 물리적 폭행이나 언어폭력을 넘어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비대면 폭력이 확대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법률상의 정의는 지나치게 방대하고 추상적이어서, 학교폭력의 개념과 구제 절차에 대한 규정이 학교 현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애매모호한 법률 규정은 신속히 개정돼야 한다.

학교폭력이라고 해서 학생들 간의 모든 갈등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초·중·고교 학생들 간의 단순한 의견 충돌이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까지 학교폭력으로 간주할 경우, 자율적인 화해와 용서의 기회를 차단해 자정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서로 존중하며 우정이 싹트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좋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부단한 관심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타인 존중 뮤지컬 공연, 표어 공모전, 웹툰 및 유튜브 제작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위험성과 인간 존엄성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둘째,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심리 치료를 확대하고 대학 입시 전형에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가해 학생에게는 심리 치료와 맞춤형 교육, 사회봉사 활동 등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데 힘써야 한다. 특히 2026년부터는 수시와 정시 전형 모두 학교폭력 관련 사항을 필수적으로 반영해, 국내 대학 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2025학년도 입시에서도 일부 대학에서는 학교폭력 처분을 받은 경우 추천형 학생부 교과 전형에 지원조차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제는 학교폭력에 대해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헌법적 가치인 인간 존엄성 교육을 일상화해야 한다.

셋째,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들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가해 및 피해 사실에 대한 조사와 관련 학생 및 학부모 면담, 학교폭력 전담 기구와의 협력 등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증가하는 사이버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들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급증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교 전담 경찰관(School Police Officer, SPO) 인원을 확대하고 이들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필자는 수년간 경기남부경찰청 산하의 경찰관서에서청소년보호위원회 선도 활동할 때, 학교 전담 경찰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학교폭력을 대폭 줄인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이들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에게 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상담 및 조치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며, 학교와 경찰 간의 협력체계를 통해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따뜻하고 안전한 학교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채한태 대전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