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NFT' 주름잡았는데…규제 탓에 '발목'[크립토 갈라파고스 한국]④

김지현 기자 2024. 11. 1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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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형 디파이로 주목받았던 韓…규제 불명확성에 주도권 다 뺏겨
ICO·P2E금지에 블록체인 결합 시도한 엔터·게임사 줄줄이 '백기'

[편집자주] '사기' 취급당하던 비트코인 값이 또 다시 1억원을 넘어섰다.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가상자산 ETF를 속속 승인하고 있다. 법인과 기관투자자들도 가세해 시장 규모도 커졌다. 반면 한국은 규제 뿐이다. 진흥은 없다.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산업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동안 당국은 "내 임기 동안은 어림없다"는 식으로 외면만 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고사 위기다. 시세 차익을 쫓는 코인 투자자만 남았다. 한때 세계 1위 수준이던 한국이 가상자산(크립토) 시장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모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서밋'에 참여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그라운드엑스 자료 제공)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한때 대체불가토큰(NFT)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시장을 주도했던 한국이 최근 외국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모습이다. '테라 사태' 이후 산업 부진이 가속화된 데다 규제의 불명확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국내 디파이 시장의 지형은 지난 2022년 한국 개발진들이 만든 테라가 이더리움에 이어 총예치자산(TVL) 2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디파이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때와는 현격히 다른 모양새다.

2020년 초 불었던 'NFT 열풍'에 따라 한때 위메이드나 컴투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는 물론이고 SM엔터테인먼트(041510), JYP엔터테인먼트(035900), YG엔터테인먼트(122870), 하이브(352820) 등 대형 엔터사도 NFT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대부분 기업들은 NFT 사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사업을 근근이 유지하는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디파이와 NFT 시장 상황이 2020년대 초와 다른 모양새를 띤 것에는 '테라 사태'의 영향뿐만 아니라 여전한 관련 시장 규제의 불명확성이 꼽힌다.

대형 디파이·엔터사 NFT로 주목받았지만 규제 불명확성에 해외로 무대 이전

앞서 한국의 디파이와 NFT 시장은 2020년과 2021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권도형 대표가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공동으로 창업한 테라폼랩스에서 나온 테라 블록체인이 2020년 말부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성장기를 거친 테라 블록체인은 2022년도 TVL이 200억달러(27조6640억원)에 달할 정도로 대형 디파이를 갖춘 플랫폼으로도 커졌다. 한때 이더리움에 이어 TVL 2위를 기록하며 이더리움의 대항마로도 불린 때가 해당 시기였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가 만든 클레이튼도 해당 시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테라와 함께 시가총액 규모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 안에서도 '한국표 블록체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이같이 디파이 부흥기 때 '디파이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 프로젝트는 가상자산공개(ICO) 금지뿐만 아니라 관련 규제의 불명확성에 따라서 점차 그 기반을 해외로 옮기기 시작했다. 테라는 한국 개발자들이 만든 프로젝트이지만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었고 클레이튼 역시 재단 본사를 ICO가 허용되는 싱가포르에 뒀다.

글로벌 시장 안에서 경쟁력이 있는 지적재산권(IP)를 확보한 엔터사도 2020년대 초 디파이를 비롯해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관심도가 급증하자 해당 IP를 활용할 수 있는 무대로 NFT를 주목했다.

그럼에도 디파이 서비스와 동일하게 ICO가 금지되면서 이들은 해외와의 파트너십에 주목을 하기 시작했다. 2022년 SM엔터테인먼트는 계열사 SM브랜드마케팅을 통해 NFT 사업 관련 더샌드박스, 바이낸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하이브도 두나무와 각각 170억원(25%), 500억원(75%)의 지분 투자를 통해 NFT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내 합작법인인 레벨스를 설립했다.

당시에도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산업에 대해 진흥보다는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법제화가 논의되면서 이같이 한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위메이드 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2.1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디파이·NFT 연관 게임도 P2E 금지에 막혀…"하루 빨리 국내에 통로 마련해야"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이 자국 내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을 놓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규제의 불명확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022년 테라 사태와 함께 'FTX 사태'로 시장이 하락장을 맞이하자 투자 심리의 악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 기반을 둔 디파이와 NFT 사업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 대비 최근 한국표 디파이와 NFT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주요 배경 중 하나로는 플레이투언(P2E) 금지 등 관련 규제로 인해 게임사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점도 꼽힌다.

위메이드나 컴투스는 자사의 게임 IP를 활용해 블록체인 게임을 만들었는데, 해당 게임 속 아이템이나 재화 등을 지속적으로 디파이나 NFT의 활용처로 사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럼에도 우선적으로 P2E 게임 자체가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으면서 한국 시장 안에서 게임과 디파이, 게임과 NFT 등 다양한 융합 상품에 대한 시도를 접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게임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가 자사의 IP를 활용해 웹3 사업을 하더라도 유저의 대부분이 한국 유저인 점을 고려하면 사업 성과를 내기에는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한국표 디파이나 NFT 시장이 다시 주목받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고려한 규제 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고유한 콘텐츠, 특히 K-팝과 게임 분야에서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에 차별화된 NFT와 디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아직 초기에 해당하는 만큼 명확한 규제 속 진흥에 대한 부분을 장려하는 것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 뛰어난 IP들이 여전히 많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 통로만 마련된다면 IP의 강점을 내세워 다시 한국 디파이나 NFT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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