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정재용 농구협회 상근부회장에게 들었습니다 ② 엘리트 시스템을 살리는 ‘K-디비전 시스템’

조원규 2024. 11. 1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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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시스템을 살리는 'K-디비전 시스템'
20세를 기준으로 각각 5부까지 승강제 리그
선수와 대회 증가로 은퇴 선수 일자리 증가
코칭, 트레이너, 심판, 기록 등 수요 늘어나

한국 농구가 위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관중이 늘어나는 KBL과 달리, 그 젖줄이 되는 중고등학교 선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선수 수급도 어렵습니다. 지난 4월, 정재용 KBS 전 스포츠국장이 대한농구협회 상근 부회장에 취임했습니다. 협회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그는 위기가 곧 기회라고 얘기합니다. 그 의미를 전합니다.

◆ 한국 농구, 희망이 있나요?
① 더이상 논란은 없다. 축적된 데이터로 최적의 대표팀 구성
② 엘리트 시스템을 살리는 ‘K-디비전 시스템’
③ 금메달 패러다임에서 산업화 패러다임으로
④ 농구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변화를 선도합니다

 

▲ 협회가 구상하는 K-디비전 시스템. 유스와 성인 각 5부 리그로 운영된다.

 

대표팀 경쟁력은 한국 농구 경쟁력과 인기 회복의 필요조건입니다. 충분조건은 무엇일까요?

좋은 토양을 갖추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농구부가 줄었습니다. 선수 수급이 어렵습니다. 출생아가 줄고 여가생활이 다양해지면서 농구의 인기도 줄었습니다. 엘리트 시스템 유지도 버거운 상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2023년 기준, 클럽에서 농구를 즐기는 중학생이 5만 명이 넘습니다. 중학교 엘리트 선수는 600여 명이고요. 어디에 더 재능이 많을까요? 현장에서 선수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클럽의 재능 있는 학생들이 엘리트로 들어오면 해결됩니다. 디비전 시스템은 그래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 엘리트 시스템을 살리는 디비전 시스템

정 부회장이 구상하는 ‘K-디비전 시스템(이하 ’K-디비전‘)’은 20세를 기준으로 각각 5부까지 승강제 리그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 있던 팀들을 1부 리그부터 5부 리그까지 재편하는 것입니다. 잘하는 팀은 더 높은 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습니다.

’K-디비전‘을 통해 풍부한 농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발표한 '대한민국 농구 미래 발전 전략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엘리트 포함 중학교의 모든 리그를 통합 운영할 때 선수 숫자가 657명에서 2만 4130명으로 늘어납니다. 협회의 행정서비스 영역을 넓히면 농구의 파이가 커지는 것입니다.

잠재력이 큰 유망주는 대학과 프로농구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2024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선수 출신이 아닌 정성조의 이름이 불리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3X3은 엘리트의 장벽이 낮습니다. 그런 환경이 프로선수 정성조를 키웠습니다.


▲ 2024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소노에 지명된 정성조와 코스모 선수들

“1부 리그와 2부 리그는 우리가 얘기하는 엘리트 팀이죠. 3부 리그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중간이라고 보면 되고, 4부와 5부는 농구를 취미로 즐기는 생활체육이라고 보면 됩니다. 각 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팀은 사위 리그로 올라갑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농구 미래 전략의 핵심입니다.”


협회가 구상하는 ‘K-디비전’은 20세 미만과 이상으로 구분합니다. 20세 미만은 엘리트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입니다. 클럽의 우수한 재능들을 엘리트로 유입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평생 즐길 수 있는 국민 스포츠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10세 이전에는 농구를 언어처럼 접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 엘리트와 클럽은 넘기 힘든 벽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 다수 농구인의 평가입니다. 초등학교는 클럽이 엘리트를 이기는 경기도 많습니다. 여러 학교에서 선발된 선수들 재능의 합이 한 학교에서 선발된 선수들 재능의 합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K-디비전’은 클럽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됩니다. 더 높은 리그에서 경쟁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프로선수와 국가대표의 꿈을 꾸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코치, 트레이너의 수요가 늘어납니다.

▲ 늘어나는 농구인 일자리

지난해 5월 발표한 ‘대한민국 농구 미래 발전 전략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클럽의 선수들까지 포용할 때 중학교의 선수 숫자가 657명에서 2만 4130명으로 늘어납니다. 한 팀을 20명으로 계산하면 최소한 1200명의 코치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은퇴 선수들이 가장 잘 사는 종목은 배드민턴이에요. 동호회 인구가 많은 종목이죠. 코칭, 트레이닝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그 혜택은 엘리트 출신들의 몫이고요. 모두 농구선수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성공하지 못해도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K-디비전이 정착하면 일자리가 확대됩니다.”

‘K-디비전’은 농구선수, 농구팀, 농구대회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먼저 코치의 수요가 늘어납니다. 이미 산업의 단계로 들어선 스킬트레이닝 시장이 커집니다. 피지컬 트레이닝, 멘탈 코칭 등 맹아 단계에 있는 시장도 활성화됩니다. 기록, 계시, 심판 등의 수요도 많아집니다.


▲ 2023-2024 KBL 챔피언에 오른 부산 KCC 이지


그 혜택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엘리트 선수 출신들입니다. “1순위는 국가대표 출신, 2순위는 프로 출신, 3순위는 선수 출신이 그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정 부회장은 예상합니다. 배드민턴이 그랬다는 것입니다.

축구, 야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은 선수 수급이 쉽지 않습니다. 운동선수 이후, 즉 은퇴 이후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빠르면 고등학교나 대학교, 늦어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면 은퇴해야 합니다. 이후로는 다르게 생계를 꾸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공공 영역에서 운동선수의 은퇴 후 진로에 대한 지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은퇴 후 선수의 진로 문제는 종종 사회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배움의 기회가 부족했던 이들에게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대한체육회의 진로지원센터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일자리 자체가 늘지 않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두 번째 삶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낯선 분야로의 시작은 대체로 더 오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 기간을 버틸 경제력의 준비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분야를 받아들일 지식과 경험을 습득해야 합니다.


▲ i리그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코치


가장 좋은 것은 익숙한 분야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코치, 트레이너, 심판 등이 그것입니다. 그나마 유소년 클럽이 활성화되면서 스킬트레이닝 시장이 커졌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부작용도 있습니다.

K-디비전의 정착은 기존의 유소년과 엘리트에서 성인과 클럽까지 시장을 키웁니다. 농구하는 우리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글이 농구 커뮤니티에 많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는 엘리트로 향한 길을 넓힙니다.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엘리트의 확장

지난 8월,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차지한 교토국제고는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각 지역의 대표들이 출전하는 여름의 고시엔은 ‘일본인들의 여름을 상징하는 국민적 대축제’로 표현됩니다.

‘3월의 광란’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매년 3월 주최하는 전미 대학농구선수권 결선 토너먼트의 별칭입니다. 이 토너먼트에 재학생과 동문은 물론 지역 주민도 열광적인 응원을 보냅니다.

‘3월의 광란’은 토너먼트 단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국의 스포츠 이벤트라는 평가입니다. TV 시청자가 7억 명을 넘고 미국에서만 4700만 여명이 합법적인 배팅을 즐깁니다. NCAA 관련 매출이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매출을 넘긴 사례도 있습니다.

‘고시엔’과 ‘3월의 광란’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본의 모든 고등학교, 미국의 모든 대학교가 참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파이널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입니다. 그래서 지역사회도 함께 응원합니다.

참가팀, 선수가 많을수록 시장의 규모는 커집니다. 중계하는 방송사가 달라지고 광고비가 달라집니다. 2019년, ‘3월의 광란’ 광고 매출과 배팅 규모가 슈퍼볼의 그것을 넘었다는 기사는 화제가 됐습니다.


 

▲ '3월의 광란'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코네티컷
정 부회장은 그것을 ‘산업화’라고 부릅니다. 농구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가 나아갈 방향은 산업화라고 얘기합니다. 그것을 위해 규모를 키워야 합니다. 정 부회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얘기했습니다.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농구선수를 100만 명으로 육성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디비전 시스템을 통해서 100만 농구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넓은 저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디비전을 하나하나 올라가서 프로선수가 되고 국가대표가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사진_점프볼DB,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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