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장 소중한 하루 [편집국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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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공기가 제법 날카로워지고 송년 모임 약속이 촘촘히 잡히는 요즘, 2024년 연말이 부쩍 다가온 느낌입니다.
지면의 한계가 없다면 전문을 모두 옮겨 적어 공유하고 싶을 만큼 정성스럽고 귀한, 아들과 예비 며느리와 조카를 한꺼번에 잃은 세월호 유가족 김광숙씨에게 적어 보내는 고등학생 87명의 위로의 말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6월의 어느 날이, 개인적으로는 2024년 가장 슬프고도 기쁘고도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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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공기가 제법 날카로워지고 송년 모임 약속이 촘촘히 잡히는 요즘, 2024년 연말이 부쩍 다가온 느낌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여러 행사와 모임 가운데, 언론사 기자들로서는 ‘시상식’ 참여도 꽤 익숙한 의례입니다. 그해 의미 있는 특종과 기획을 내놓은 매체에 각종 언론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연말 결산으로 상을 수여하곤 하는데, 감사하게도 〈시사IN〉이 매년 수상의 영광을 적지 않게 안았습니다. 올해 역시 기쁜 소식이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제34회 민주언론상 수상 부문 5개 중에 본상(‘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sewol100.sisain.co.kr)과 활동부문 특별상(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 두 곳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차형석 전임 편집국장이 아이디어를 내고 사진팀 기자들이 열심히 뛰어 100일 동안 ‘세월호 사람들’ 100인의 목소리를 담은 이 기획의 보도가 마무리된 2개월 뒤, 제가 막 편집국장으로 일을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회사에 두툼한 서류봉투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각기 다른 필체의 엽서 87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최근 세월호 특집 기사를 보다가 (세월호 유가족) 김광숙 님의 사연을 읽었습니다. (···) 문학 시간에 교과서에 실린 김애란 작가의 ‘입동’이라는 작품을 가르쳤습니다. 때마침 4월16일이었어요. 작품 내용이 기사의 내용과 너무 비슷하거든요. 아이들과 작품 공부를 한 후 기사 읽기를 진행한 뒤, 위로의 마음을 담아 편지 쓰기를 했습니다. 그 편지를 김광숙 님께 전달하고 싶습니다”라는 경기도 오산시 성호고등학교의 권미애·엄종업·박초아 교사 세 사람의 설명 편지가 엽서 꾸러미 가운데 섞여 있었습니다.
지면의 한계가 없다면 전문을 모두 옮겨 적어 공유하고 싶을 만큼 정성스럽고 귀한, 아들과 예비 며느리와 조카를 한꺼번에 잃은 세월호 유가족 김광숙씨에게 적어 보내는 고등학생 87명의 위로의 말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6월의 어느 날이, 개인적으로는 2024년 가장 슬프고도 기쁘고도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조남진 사진팀장은 그즈음 편지 꾸러미의 수신인인 김광숙씨에게 내용을 전하고 만날 약속을 잡았고, 서로 간 일정과 동선의 차이로 다소 미뤄지다 드디어 전달된 게 바로 지난 주였습니다. ‘언제 어떤 말로 전해드려야 하나’ 궁리하다가, 따뜻한 국밥 한 그릇과 생강차 한잔을 함께 나누고 나서야 “어머니 위로하는 학생들 편지예요” 하고 건넨 엽서 꾸러미 앞에서, 김광숙씨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더라고 조남진 기자는 전했습니다.
조금 일찍 전하는 연말 인사를 대신해, 기억에 남는 학생의 편지 한 구절을 함께 나눠봅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끼니를 거르셨을까 마음이 쓰입니다. (···) 우리 신호등을 기다리듯 잠시 멈춰봐요. 우리가 신호등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곧 바뀔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힘들어도 조금만 같이 기다려봐요. 잔인할 정도로 추운 이 세상도 곧 바뀔 거예요. 길고 부족한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하루가 조금 더 특별해지길 바랍니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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