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약의 날은 제약사와 약사만의 날?

이성주 2024. 11.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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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8일ㆍ1646번째 편지



오늘은 우리가 평소 늘 가까이 하면서도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 가운데 하나인 '약'의 생일과도 같은 날입니다. 국민의 생명, 신체 및 건강상 안전을 확보하는 의약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약의 날'이지요.

약의 날은 1957년 11월 18일 '약사법' 제정을 기념해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기념식을 연 것이 시초입니다. 다음해부터는 의약품의 제조법, 성능, 저장법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한약전'이 발표된 10월 10일 행사가 열렸지만 1973년 '세계적십자의 날', '국제간호원의 날', '구강의 날', '눈의 날' 등과 함께 '보건의 날(4월 7일)'로 통합되며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대한약사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약계 단체들이 정부를 설득해 2003년 10월 10일 되살아났다가 2005년 돌고 돌아 오늘이 약의 날로 자리잡았습니다. 2021년에는 약사법이 일부 개정되며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약은 고종 때 오늘날 경호실장 격인 선전관이었던 민병호가 궁중 생약을 상품화한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의 활명수입니다. 최초의 약국은 첫 약사인 유세환이 종로 3가에서 개원한 인수당약국이었고요.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 제약회사와 약사들이 한반도에 들어와서 극소수에게 약의 맛을 보여줬고, 해방 후 일본 회사가 전신이었던 적산기업들과 유한양행, 종근당 등 토종기업들이 바닥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지원으로 제약업이 겨우 틀을 갖추고 성장합니다. 2000년 의약분업은 제약회사들이 일반의약품보다 전문의약품에 눈길을 돌리는 계기가 됐고 신약 개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에 앞서 1999년 SK케미칼이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인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를 개발했고, 2003년에는 LG생명과학의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은 최초의 신약으로 기록됐습니다. 올해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가 FDA의 승인을 받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업이 새 궤도에 오릅니다. 조병철 연세대 종양내과 교수에 따르면 이 약은 병용요법의 효과에 대한 논문이 의학계 최고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된 뒤 FDA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주 치료제로 처방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침 어제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도 품목 긍정 의견을 냈다는 뉴스가 보도됐는데, 의학계에선 NENM 논문이 발표되며 이미 이런 과정을 예견했습니다.

2011년 한미FTA가 체결될 때만 해도, 일부 정치세력과 자칭 전문언론들이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다 망한다고 선동했지만, K-제약이 세계로 진출할 도약대에 올라 비상하는 시대에 돌입했기에 올해 약의 날은 더 뜻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가 FDA의 시판 허가를 받고 해외에서 처방이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국내에선 오히려 도입이 안 되는 것에서 보이듯, 한정된 보험재정 속에서 '좋은 약'이 보다 많은 환자에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약업계의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약의 날'은 제약회사나 약사만의 기념일이 아닙니다.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것은 건강의 필수조건인 만큼, 우리 모두의 날이기도 하지요? '약의 날'에 FDA가 권장하는 '현명한 약 사용법(Use Medicines Wisely)'을 참고해 건강도 지키고, 지구 환경도 지키시기를!

▶약에 대해 물어라(Ask questions): 약의 성분명, 상표명, 용처, 용량, 복용시기, 외형, 유통시간, 부작용과 대응법, 임신 수유 때 복용 여부, 피해야 할 약이나 음식 등에 대해서 의사, 간호사, 약사 등에게 묻고 필요한 것은 메모해야 한다.

▶약 목록을 작성하라(Keep a medicine list): 처방약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종류와 복용시기 등을 기록하라.

▶복용지침에 따르라(Follow directions): 복용 방법, 시기, 용량을 지켜야 한다. 약 복용을 건너 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약을 어두운 곳에서 복용해서 다른 약을 먹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안전하게 보관하고 잘 버려라(Safely store and throw out medicines): 약 설명서의 지침대로 보관하고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복용하지 않는 약은 곧바로 버린다. 우리나라에선 용기, 봉지 등은 분리 수거하고 알약이나 가루약 등은 모아서 약국이나 보건소의 '폐의약품수거함'에 버리도록 한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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