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0명' 폐교 위기서 14명 '기적'…제천 송학중 비결은?

이대현 기자 2024. 11.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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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킴] 동문·주민 '앞장'…제천시 학교버스·장학금 전폭 지원
방과 후 프로그램은 '1대 1'…해외 수학여행 등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

송학중 학생들이 지난 10월 열린 마을축제에서 손수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은 전액 학교에 기부했다.(제천시 제공)202411.17/뉴스1

(제천=뉴스1) 이대현 기자 = "사회성이요? 전교생이 다 친구니 오히려 더 좋아지죠."

폐교 위기를 넘고자 지역민이 앞장서 만든 충북 제천의 송학발전위원회 김태원 위원장(66)은 18일 뉴스1과 만나 "시내권 학부모들이 폐교 위기에서 갓 벗어난 시골 송학중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때 제일 걱정하는 지점이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송학중학교를 나온 토박이이자 제천시청 공무원(4급) 출신인 그는 "학생이 많은 시내권 학교에 다니면서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했던 한 학생이 송학중으로 와서는 몰라보게 좋아진 걸 보고 부모와 선생님이 깜짝 놀랐다"며 "40명도 채 안 되는 전교생이 서로 챙기고, 도우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지내다 보니 사회성이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 같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 폐교 직전까지 몰렸던 송학중학교가 지역사회 도움 덕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송학중은 2020년 신입생 2명이 입학한 후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신입생이 없었다. 지난해 2명이 졸업하면서 폐교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다 지난해 신입생 6명이 들어오면서 반전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올해는 두 배인 12명의 신입생이 들어왔다. 이어 1학년 1명, 2학년 4명 등 총 5명이 다른 학교에 다니다 전입했다. 그래서 지금 1학년은 13명, 2학년은 10명이다. 내년엔 신입생이 올해보다 더 늘 전망이다.

제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마감한 2025학년도 송학중 신입생 배정 신청서 제출자는 14명이다. 이들은 송학초 11명, 제천 시내 초등학교 졸업예정자 2명, 77세 만학도 할머니 1명이다. 이대로 다 입학한다면 내년도 전교생은 37명에 달한다.

마지막 날 신청서를 낸 만학도의 아들은 학교 측에 "순수하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교육활동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송학중은 1971년 개교해 6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교가 폐교 위기를 맞자 학교와 주민, 교육청, 제천시가 똘똘 뭉쳤다. 당시 10년 새 인근 초등학교 두 곳이 문을 닫은 터라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폐교 위기가 거세지자, 동문과 마을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2022년 8월 송학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예비 중1 학부모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홍보하고 충북교육감도 여러 차례 만나 설득했다. 장학금이 이어지고 대학교수인 선배는 학생들을 초대해 강의도 들려주고 학교도 탐방했다.

자치단체도 힘을 보탰다. 제천시는 학교 버스와 장학금을 해마다 지원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찾아가고 싶은 농산촌 특색학교'에 이어 올 2월 송학중학교를 포함해 시내 6개 중학교를 동일한 공동 학구로 묶었다. 시내권 학생이 주소를 옮기지 않고도 송학중으로 전·입학할 수 있도록 했단 얘기다.

박물관 견학에 나선 송학중학교 학생들.2024.11.17/뉴스1

송학중학교의 자랑은 '시내권 학교에 없는 특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은 '1대 1' 수준이다. 특화 교육은 원어민 교사 영어 수업, 해외 수학여행(지난달에는 일본 오사카 견학), 방과 후 골프장, 밴드 활동, 승마, 당구 교육 등 다양하다.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장학금도 '빵빵하다'. 학업 우수자는 물론, 학교생활에 모범을 보인 학생을 골고루 선발해 준다. 동문과 마을, 기업, 종교단체 등에서 학교를 살리자며 내놓은 장학금이 이어지는 덕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과 숙제는 남아있다.

오래 전부터 시멘트 생산 공장이 가동 중인 이 마을의 주민들은 "시멘트 회사가 약속한 학교 발전 기금이 꾸준히 들어와야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그래야만 폐교 위기를 넘어 '특화 중학교'로 경쟁력을 갖춘다"며 "무엇보다 노인 인구가 많은 마을에 아파트 등 대단위 주거지가 들어서야 학령 인구가 늘어 마을에 활력이 생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송학면은 현재 18개 마을에 5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다.

김덕진 송학중 교장은 "송학중이 새롭게 도약하고 모든 교육공동체가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 견학.2024.11.17/뉴스1

lgija20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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