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익성 계륵된 미니보험… 디지털 보험사 줄줄이 적자
장기보험 눈 돌리는 디지털보험사
중대형보험사는 DB 구축에 초점
보험사들이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 활성화에 애쓰고 있지만 저조한 수익성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고객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둔다는 방침인데, 이것마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니보험은 보험기간이 일회성이거나 1~2년으로 짧고 보험료가 소액인 상품이다. 간단보험 또는 소액단기보험이라고도 불린다. 단기 레저·해외여행 관련 보장 또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비하는 상품들이 주를 이룬다.
◇ 미니보험 판매 늘어도 디지털보험사 적자 늪
18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현재 미니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곳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주로 디지털 전문 보험사다. 디지털 보험사 특성상 사이버마케팅(CM)채널로만 수입보험료의 90%를 채워야 해 상품구조가 단순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미니보험 상품은 카카오페이손보의 해외여행보험이다. 출시 1년 4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수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다. 사고 없이 귀국 시 보험료 일정 부분을 환급해주는 ‘안전 귀국 환급금’ 특약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축구·테니스·낚시 등 18가지 레저활동 중에 발생하는 사고를 보장하는 ‘스마트온(ON)레저상해보험’을 판매 중이다. 하루 보험료 946원부터 시작해 부담없이 가입할 수 있다.
신한EZ손해보험은 예금보험공사와 협업해 ‘착오송금 회수비용 보장보험’을 내놨다. 송금인이 잘못 보낸 돈을 예보가 회수한 뒤 회수 과정에서 발생한 우편료, 인지대, 송달료 등을 보장해준다. 보험료가 10원(일시납)으로 말 그대로 미니보험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라플365미니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삼았다.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앓을 수 있는 대상포진, 갑상선 기능저하, 통풍 등 현대인 생활질환을 집중 보장한다.
이처럼 디지털보험사들은 특색있는 미니보험을 내놓으면서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은 요원하다.
카카오페이손보는 3분기 누적 매출액 273억원을 기록, 지난해 전체 매출액 7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 신장을 이뤘다. 하지만 누적 보험손실이 3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캐롯손해보험은 355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신한EZ손보는 1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기준 76억원의 손순실을 냈다.
이처럼 디지털보험사들은 미니보험의 높은 인기에도 낮은 수익성 탓에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연간 수입보험료 상한선도 500억원으로 정해져 있어 한계가 분명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년 주기로 갱신하는 미니보험은 장기 고객 유치가 어려워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 데다 보험업 자체가 워낙 오래돼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도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미니보험을 출시하려면 적어도 적자가 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손해율 및 수익성 관련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중·대형보험사 DB 확보에 초점
중·대형보험사도 일부 미니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디지털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다소 여유가 있다.
이들 보험사들의 경우, 수익성보다는 고객 관련 데이터 확보가 목적이다. 기존에 보유한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만큼 미니보험을 통해 얻은 가입자 데이터베이스(DB)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미니보험 가입 과정에서 얻은 DB를 통해 설계사를 통한 영업을 하는 등 업셀링이 가능하다.
이에 미니보험을 취급하는 대형 보험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를 비롯해 삼성생명, NH농협생명 등 생보사도 미니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주로 취급하는 상품은 레저, 골프, 여행, 원데이자동차보험 등이다.
그러나 중·대형보험사들도 미니보험을 수익성 차원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투자 성격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렴한 보험료과 가입 편리성이 차별점이기는 하지만, 돈을 버는 상품은 아니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니보험이 미끼상품에서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선 연간 수입보험료 상한선을 늘리는 식의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니보험의 경우 낮은 보험료로 인해 수익성을 내기 쉽지 않은 상품”이라며 “보험사들도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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