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빠진 명품왕국 LVMH… 아르노 자녀 내세워 경영진 재편
실적 부진에 C레벨 대규모 개편
승계 작업 일환이란 평가도
세계적인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경영진 재편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아르노의 셋재인 알렉상드르 아르노(32)가 지난 4월 LVMH 이사회에 합류한 데 이어 그룹 정체성의 한 축인 와인 및 주류 부문 부대표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그룹 내 주요 C레벨도 대거 교체됐다.
14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LVMH는 티파니앤코의 커뮤니케이션 총괄직을 맞고 있던 알렉상드르 아르노를 그룹 내 와인 및 주류 부문 ‘모엣헤네시(Moët Hennessy)’의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알렉상드르는 LVMH가 지난 2021년 티파니를 인수하기 전까지 캐리어 브랜드 리모와를 이끌었다.
◇그룹 내 ‘아픈 손가락’ 살려야 하는 알렉상드르
알렉상드르 외에도 LVMH 그룹의 C레벨 전반에서 대규모 인사교체가 이뤄졌다. 그룹 최고 재무책임자(CFO)던 장자크 귀오니는 자신의 자리를 세실 카바니스에게 넘기고, 모엣헤네시의 CEO로 자리를 옮겨 알렉상드르와 함께 일하게 됐다. LVMH 그룹 내에서 두 번째로 큰 브랜드인 디올의 고위 임원 샤를 들라팔므는 모엣헤네시 산하 코냑 브랜드 헤네시의 CEO로 임명됐다.
LVMH는 올해 3분기 글로벌 매출 190억7600만 유로(약 28조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이자 전년 대비 3%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와인 및 주류 부문인 모엣 헤네시의 올해 첫 9개월 간의 매출은 8% 감소해 전 사업부문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번 인사 개편이 모엣 헤네시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모엣헤네시의 코냑 사업은 중국이 유럽산 브랜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유럽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에 휘말렸다”면서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소비 감소로 타격을 입었고, 루이비통부터 모엣샹동 샴페인까지 고급 브랜드를 아우르는 LVMH의 다른 브랜드보다 뒤쳐졌다”고 평가했다.
내년 2월부터 모엣헤네시에 합류하는 알렉상드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속에 그룹의 와인 및 주류 사업을 되살려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모엣헤네시를 비롯해 LVMH 전체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다행인 점은 알렉상드르가 트럼프 가족 식사에 초대 받을 만큼 트럼프 일가와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이다.
◇승계 작업 일환?… 자녀들 계급 올리는 아르노
알렉상드르의 모엣헤네시 부사장 임명을 두고 아르노 회장의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르노 회장은 4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대부분 LVMH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맏딸 델핀은 크리스찬 디올 CEO를, 둘째이자 장남인 앙투안은 그룹의 커뮤니케이션, 이미지 및 환경 책임자이자 LVMH 가족 지주 회사인 크리스찬 디올 SE의 CEO를 맡고 있다.
넷째인 프레데릭은 지난 1월 위블로, 제니스, 태그호이어 등 시계 브랜드를 총괄하는 LVMH 시계 부문 CEO로 승진한 것은 물론 6월엔 LVMH 지주회사인 피낭시에르 아가슈의 전무가 됐다. 막내인 장은 루이비통 시계 사업부의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이끌고 있다. 막내를 제외하고 네 남매 모두 LVMH 이사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아르노 회장은 2023년 초부터 자녀들을 핵심 직위에 배치하고, 자녀들의 계급을 꾸준히 올려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리더십 교체는 아르노 회장이 언젠가 자신의 자녀들이 대기업을 물려받도록 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전반적인 세대 교체 과정의 최신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연령 제한을 75세에서 80세로 높여 회장에 재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는데,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할 시간이 5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아르노 회장이 지금까지 자신의 후계자가 누가될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지금까지는 맏딸 델핀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올해 들어 다른 자녀들도 그룹 내에서 고위직을 맡으면서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포브스는 이번 알렉상드르 부사장 임명에 대해 “알렉상드르가 지난 4년간 티파니 브랜드 개편을 주도하면서 아버지의 뒤를 이을 LVM 수장 후보로 부상한 데 따른 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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