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주목한 김도영의 '대관식', 향후 15년 국대 클린업-3루수 찾았다... '충격 1R 탈락' 속 유일한 희망 [대만 현장]

타이베이(대만)=양정웅 기자 2024. 11.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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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타이베이(대만)=양정웅 기자]
김도영이 14일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쿠바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2회 말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점프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비록 기대했던 대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류중일호'가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의 '대관식'은 인상적이었다.

류중일(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7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슈퍼 라운드 진출 실패가 확정됐다.

한국은 이날 경기가 없었다. 하지만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B조 조별예선에서 일본이 쿠바를 상대로 7-6으로 역전승을 거뒀고, 대만 역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호주와 경기에서 11-3으로 승리했다.

이렇게 되면서 B조는 17일 현재 일본이 4승 무패로 1위, 대만이 3승 1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2승 2패로 3위에 위치했는데, 일본과는 동률이 될 수 없고 대만과는 18일 결과에 따라 3승 2패 동률이 된다. 그러나 승자승 원칙에 따라 13일 대만전에서 3-6으로 패배한 한국은 순위에서 밀린다.

여기에 호주와 도미니카공화국, 쿠바도 나란히 1승 3패가 되면서 일본과 대만을 뒤집을 수 없게 됐다. 결국 한국은 18일 호주전에서 이긴다고 해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슈퍼 라운드에 진출할 수 없다.

이로써 한국은 2015년 시작돼 3회째를 맞이한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프리미어12 초대 우승팀이었다. 2015년 미국을 꺾고 첫 정상에 섰고 2019년에는 일본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5년 만에 열린 대회에사 정상 탈환에 나섰으나, '예선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단.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구자욱(31)과 원태인(24), 김영웅(21·이상 삼성), 손주영(26·LG) 등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 구성이 어렵게 됐다. 여기에 선수들의 기복이 있었고, 벤치의 판단도 아쉬울 때가 있었다. 일찌감치 무너졌던 대만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접전을 펼쳤지만 한 끗 차이로 패배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4.6세로, 30대 선수는 홍창기(30)와 박동원(34), 임찬규(32·이상 LG), 고영표(33·KT)까지 단 넷뿐이다. 류 감독도 "2026 WBC, 2028 LA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젊은 친구들로 세대교체 중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김도영이 있다. 올해로 프로 3년 차인 김도영은 2024시즌 141경기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출루율 0.420 장타율 0.647 OPS 1.067을 기록하며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국내선수 최초 40(홈런)-40(도루)을 아깝게 놓쳤지만, 최연소 30-30을 달성하며 MVP 후보로 등극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선발된 김도영은 4경기에서 타율 0.200(15타수 3안타)을 기록했다. 일본과 결승전에서는 연장 10회 병살타를 치고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도중 손가락을 다치는 불운도 있었다.

1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김도영은 대회 전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류 감독은 "한국에서는 컨디션이 떨어졌는데, 한국시리즈 끝난 후 긴장이 풀렸는지 지금은 괜찮다"며 김도영의 컨디션에 대해 언급했다.

김도영이 14일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쿠바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2회 말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도영은 첫 경기였던 13일 대만전에서 4회 초 팀의 첫 득점을 기록하는 2루타를 터트리는 등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다음날 쿠바전에서는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쳤다. 일본프로야구(NPB)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1.88) 리반 모이넬로를 상대로 2회 말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어 7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을 폭발시키며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아르만도 존슨 쿠바 감독은 "좋은 타격 기술을 갖췄고, 힘도 세고, 앞으로 잘될 것 같다"며 김도영에 대한 칭찬을 전했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이날 경기를 평가하면서 "김도영 게임(The Doyeong Kim Game)"이라는 말을 남기며 "만루홈런과 2루타, 3루에서 두 차례 뛰어난 수비로 장타를 막아냈다. 오늘 밤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했다"고 평가했다.

당연히 아시아에서도 김도영을 주목하고 있다. 개최국 대만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에서 경계할 선수로 김도영의 이름을 꼽았다. 14일 쿠바전 이후 일본의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는 한때 김도영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 랭킹 1위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14일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김도영(キム?ドヨン)'이 1위에 올라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비록 일본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후 고관절 통증으로 빠지는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김도영은 17일 기준 이번 대회 4게임에서 타율 0.308(13타수 4안타) 2홈런 6타점 1도루, OPS 1.280의 성적을 올렸다.

이렇게 되면서 한국은 중심타자와 3루수 주전 대관식을 열게 됐다. 그동안 대표팀의 클린업에 위치한 이대호와 김태균이 은퇴했고, 김현수(LG)도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소집되지 못했다. 또한 기대를 모은 강백호(KT)도 군사훈련으로 인해 차출되지 못했다. 3루수 자리 역시 과거 김동주가 버티고 있었지만, 이후 이범호(현 KIA 감독)나 최정(SSG), 황재균, 허경민(이상 KT) 등이 고정되지 못하고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도영은 이번 대회 내내 3번 타자 겸 3루수로 출전해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되면서 이제 한국은 15년 이상 핫코너를 지킬 자원을 발굴하게 됐다.

김도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타이베이(대만)=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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