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업계 트렌드는 '멀티 플랫폼'···글로벌 게임사 참여 유도는 과제
게임 업계 '멀티 플랫폼' 흐름 뚜렷
모바일 기반으로 PC·콘솔로 플랫폼 확대
방준혁 "멀티 플랫폼, 트렌드로 흐를 것"
'20만명' 흥행에도···글로벌 참여 저조는 과제
17일 폐막한 국내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4’는 주최측 추산 약 20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대한민국 게임 업계의 저력을 보였다. 내년 선보일 주요 게임 업체의 다양한 신작들이 대중들에게 소개된 가운데 특정 장르나 플랫폼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펼쳐지면서 다양성 측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글로벌 게임쇼’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철저히 국내 게임 업체들로만 채워진 점은 과제로 남았다.
이번 지스타에서 나타난 게임 업계의 가장 큰 흐름은 모바일·PC·콘솔 등 다양한 기기에서 동시에 플레이 할 수 있도록 개발된 ‘멀티 플랫폼’의 확산이다. ‘멀티 플랫폼’이란 게임을 모바일, PC, 콘솔 등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강점을 보여 온 국내 게임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PC·콘솔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스타 기간 부산 벡스코를 찾은 방준혁 넷마블(251270)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게임 산업에서 ‘멀티 플랫폼’이 일반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트렌드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컴퓨터 못지않게 높아지면서 모바일 게임의 대작 출시가 늘었고, 이를 PC·콘솔에서도 플레이하고 싶다는 이용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플랫폼 다양화로 이어지고 있다. 고성능 기기가 필요해 주로 PC·콘솔 게임 중심으로 출시돼 온 오픈월드 장르를 모바일 게임에 적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용자 외연을 확장하고 매출원을 다각화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넷마블은 올해 지스타에서 선보인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왕좌의 게임)’와 ‘몬길: 스타 다이브(몬길)’ 모두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개발했다. 모바일 기반이지만 PC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동명의 유명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개발한 왕좌의 게임은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사실적인 그래픽과 광활한 오픈월드를 반영해 PC·콘솔용 ‘트리플A(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작품)’급 게임과도 필적할 만한 작품성을 갖췄다. 넷마블은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수상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또한 모바일과 PC에서 동시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게임은 추후 콘솔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PC 게임 ‘프로젝트 오버킬’을 모바일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환세취호전 온라인’도 모바일·PC에서 동시에 할 수 있다. 크래프톤(259960)도 모바일 생존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 투게더’를 PC·콘솔로 확장할 방침이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그3’,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프로젝트Q’ 등도 멀티 플랫폼 전략에 올라탄 작품들이다. 방 의장은 “요즘 나오는 게임의 30~40%는 멀티 플랫폼으로 이동한 상태”라며 “넷마블이 개발 중인 게임의 70~80%가 멀티 플랫폼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게임 업계가 멀티 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용층과 매출원을 다각화해 게임의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더 넓은 사용자 층에 접근할 수 있어 대규모 개발 예산이 투입된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용자를 결집해 장기적인 고정 팬층을 형성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모바일 전용 게임과 다양한 플랫폼을 겨냥한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스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흥행에 성공하면서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게임쇼로 성장하기까지는 숙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독일의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 등에 비해 글로벌 단위의 게임사 참여가 극히 저조한 탓이다.
이번 지스타 2024에서 부스를 차린 글로벌 게임 관련 기업은 게임 플랫폼 ‘스팀’과 구글플레이, 일본의 나이언틱 등 소수에 그쳤다. 글로벌 대표 게임 플랫폼인 스팀은 지스타에 처음 참여했다. 스팀은 인디 게임 개발사 약 60곳과 함께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 2.0: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열고 독창적인 인디 게임을 소개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가한 구글플레이는 데브시스터즈(194480)의 ‘쿠키런: 모험의 탑’ 등을 부스에서 전시했다.
올해 일부 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게임 개발사의 참여는 미흡했다는 반응이다. 소니나 닌텐도, 블리자드 등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부스를 꾸리지 않았다. 그나마 해외 기업 참가 성과를 이룬 스팀이나 구글플레이 등은 개발사가 아닌 플랫폼 기업 인데다 정작 부스에서 소개된 주요 게임이 국산 게임이라는 점에서 ‘반쪽짜리’ 성과라는 지적이다.
국내 게임 산업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글로벌 무대와 비교해 여전히 변방에 머물고 있고 지스타가 개최되는 부산의 접근성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게임쇼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 참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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