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원이 이재명 거짓말 인정한 이유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두 가지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첫 번째는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처장 김문기를 시장 재직 시절에 몰랐다고 한 점이다. 두 번째는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용도지역 변경을 했던 것은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점이다. 이에 대한 1심 선고가 15일 있었다. 기소된 지 2년 2개월만의 일이다.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사실을 인정했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형의 집행은 2년간 유예됐다. 선거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징역 8월부터 2년까지는 가중구간이다. 이 대표가 했다는 거짓말은 모두 개발비리와 관련 있다. 아파트 건설과 분양 과정에서 비리에 연루됐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토지용도 변경 같은 특혜를 줬는가 하는 의혹이다. 공직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문제로서 하나같이 전부 후보자 평가에 매우 중요한 사항들이었다. 게다가 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전파성이 매우 높은 경우에 해당한다. 양형기준상 가중 요소가 여러 개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르고 있었을 리가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하나가 골프를 치고 나서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 대표 뒤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 전 처장이 보인다. 골프 모자를 쓰고 있고 볼 마크도 보인다. 이 사진이 조작됐다고 주장했으나 없는 사람을 추가하거나 있는 사람을 뺀 것이 아니어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사실이 없다고 방송에서 말한 부분이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됐다.

경기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용도를 4단계 상향했을 뿐이라고 했던 부분은 어떠한가. 이와 관련해 당시 국토부 공무원 가운데 협박을 했다는 사람이나, 당시 성남시 공무원 가운데 협박을 당했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용도 변경은 성남시가 적절히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협박이 있었다는 것은 허위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이 질문에 대비해 미리 설명 차트까지 준비해 와서 협박당했다며 그 과정을 자세히 묘사했다. 그래서 법원은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판결이 내려진 후 민주당은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판결’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다.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고 말 했을 뿐이다’라는 식이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 동안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선관위에서 보전 받았던 선거비용 434억 원을 반납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상의 강행규정에 따르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래도 그렇지 누가 봐도 심각한 억지 주장을 늘어놓고 있으니 진보의 가치를 논할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검찰 무력화에 쏟던 에너지를 방향을 돌려 사법부 겁박에 쏟아 붓고 있는 모습이 참 안쓰럽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