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국내 출시 한 달, 관련주 주가 확 빠졌다

정기종 기자 2024. 11.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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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신약 '위고비' 국내 출시 이후 비만 테마 영향력 강화가 기대됐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작 출시를 기점으로 주가 하락을 겪는 중이다. 위고비 국내 출시로 연내 지속된 비만 치료제 열풍에 정점을 찍었지만, 실제 개별 기업 성과와의 연관성은 약해 빠르게 열기가 식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비만 수혜주로 주목받던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달 위고비 출시 이후 큰 폭의 하락을 겪고 있다. 실제 출시로 인한 시장 기대감 조정과 각 사별 성과 또는 사업과 위고비 간 직접적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초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의 성과를 가시화 한 펩트론은 여전히 눈에 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고비는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GLP-1 유사체) 기반 비만치료제다.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인 위고비는 임상을 통해 기존 비만치료제를 크게 상회하는 평균 15%에 달하는 체중 감량 효과로 주목받았다. 이에 지난 2021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된 이후 출시 국가 확대 속 유명인사들의 사용 후기 등이 이어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난해엔 전년 대비 400% 이상 증가한 6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노보노디스크를 유럽 시총 1위 기업에 올리는데 앞장섰다.

위고비가 불붙인 비만신약 열풍은 국내까지 번졌다. 비만 치료제 또는 관련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는 연초부터 일제히 치솟았다. 특히 노보노디스크와 그 경쟁 품목으로 꼽히는 일라이릴리 '젭바운드'와 연결고리가 발견된 기업들은 특히 시장에서 조명받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펩트론과 인벤티지랩이다. 양사는 모두 현재 1주일인 위고비 투약 주기를 1개월 또는 그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약물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때문에 양사는 투약 주기를 늘리는 방법을 모색 중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잠재적 기술수출 파트너로 지목돼 왔다. 이에 지난 2월 2만원대였던 펩트론 주가는 7월 7만원을 넘어섰고, 인벤티지랩 역시 4월 1만원 이하였던 주가가 9월 2만원대로 뛰어올랐다.

다만 최근 양사 주가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연중 고점이던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뒤 하락세가 시작됐다.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글로벌 제약사지만 비만 시장 주도권을 쥔 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가 아닌데다, 공동개발 형태인 탓에 실질적인 계약금이나 마일스톤(기술료) 등의 직접적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당장의 실망감을 피하지 못 하는 중이다.

반면, 펩트론은 실망감이 기대감으로 전환된 경우다. 펩트론은 주가가 우상향 중이던 지난 8월 중순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소식을 알리며 주가가 단기 급락했다. 약효지속성 의약품 생산 신공장 건립 등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가 목적이지만, 파트너십 보다 먼저 이뤄진 자금조달 결정에 실망감이 반영된 탓이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일라이릴리와 회사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에 대한 비독점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승 반전했다. 기술수출 계약을 위한 기술 검증 과정 진입에 실제 계약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이후 이틀 연속 20% 이상씩 뛴 펩트론 주가는 위고비 출시 이후에도 지속 상승해 지난 15일 역대 최고가인 13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블루엠텍과 디앤디파마텍 역시 위고비 출시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온라인 의약품 유통 플랫폼 기업인 블루엠텍은 위고비 국내 유통사로서의 가치가 주목받았다.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비만치료제 삭센다 유통 경험이 있고, 국내 최대 온라인 의약품 유통 기업인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을 담당하게 되면서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있지만, 불확실한 국내 수급 상황에 출시 이후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 8월 이후 두달 간 40%에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보였던 디앤디파마텍은 최근 한달 동안 주가가 20% 넘게 낮아졌다. 이 회사는 위고비·젭바운드와 같은 GLP-1 계열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내 기업이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4개 비만 신약 후보 중 1개(DD02S) 정도가 연내 글로벌 1상 진입을 앞두고 있을 뿐, 나머지는 아직 전임상 단계다. 위고비와의 연결고리 부족 속 전반적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젭바운드로 대표되는 비만 신약 분야 글로벌 성과와 입지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기업들은 걸음마 단계 수준에 불과한 후발주자인 것이 현실"이라며 "위고비 출시까지 다소 지나치게 반영됐던 시장 기대감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실제 성과 또는 수혜 기대가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격차는 조금씩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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