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비하는 사회[법조프리즘]

최은영 2024. 11.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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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로펌 제이 대표변호사] 요즘 미디어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있다. 바로 ‘이혼’이다. 바야흐로 ‘이혼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드라마, 영화, 예능에서 앞다투어 ‘이혼’을 다루고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굿 파트너’도 이혼전문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이혼을 했거나 이혼 소송 중인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이혼이 많아졌다는 걸 방증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혼 건수는 9만 2000여 건, 2013년에는 11만 5000여 건이라고 하는데 언뜻 건수로만 놓고 보면 10년 새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혼인 건수가 2013년에는 32만 건인 반면 작년 혼인 건수는 19만 건으로 확연하게 줄어든 것과 함께 비교해보면 오히려 이혼율이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이혼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이혼은 인륜지대사를 깨는 ‘실패’로 여겨지며 사회적으로 지탄받았다. 거기에 더해 개인의 행복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전통적 가족관에서는 가족이나 자녀를 위해 인내하고 참고 살도록 요구받았기에 이혼은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불온한 행동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혼은 개인의 행복을 찾기 위한 하나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며 예전에 비해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이 줄어들고 관대해졌다.

사실 변호사만큼 이혼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는 사람도 없고 타인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직업도 없을 것이다. 변호사는 이혼을 고민하고 결심하고 또 이혼하는 과정을 모두 함께하며 혼인 기간 동안 부부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부터 이혼 과정에서 겪는 상처와 아픔까지 모두 알게 된다. 그런데 변호사로서 이혼의 원인부터 과정, 그 후속 처리까지 지켜본 결과 이혼은 불행한 생활에서 탈피해 새로운 행복을 찾기 위해 필요한 절차임은 분명하지만 절대 가벼이 취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부부가 파경에 이르는 데는 정말 다양한 원인이 있고 심지어 당사자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갈등에 이르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무 자르듯 일방에게 귀책을 지우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한 원만히 협의나 조정으로 해결된다면 다행이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 서로에 대한 공격을 주고받으며 소송 과정에서 혼인 기간에 겪은 상처보다 더 큰 분노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미디어에서 빈번하게 다뤄지는 이혼을 보면 타인의 아픔과 갈등을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 이상 이혼을 숨겨야 하는 치부나 흠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과 이혼을 가볍게 소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혼을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을 보면 겉으로는 출연자들이 이혼의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응원하거나 또는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의 관계 회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많은 시간 할애되는 것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생활과 상대 배우자에 대한 여과되지 않은 폭로와 감정 표출이다. 시청자들은 또 그걸 보며 출연자 일방의 주장에 몰입해 상대 배우자를 함께 비난하고 질타한다.

그러나 방송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은 민감한 이야기가 더 많기에 제3자가 함부로 평가할 수 없고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비난과 폭로전은 결국 자녀나 주변 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길 뿐이다. 우리 사회가 타인의 이혼을 두고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관심을 두는 걸 보면 이혼이 별것 아니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별것’이라고 역설하는 듯하다.

늘어나는 이혼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이혼을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함부로 타인의 이혼을 평가하거나 드러내지 않고 그 과정에서 겪는 상처와 갈등 또한 덤덤하고 예사롭게 바라봐주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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