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산업은 장기적 안목 필요…사모펀드엔 비전 없어"
이사회 독립성 보장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강조
연말 임시 주총서 경영권 분쟁 결론 "주주선택 자신"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할 투자자들은 누가 이 회사를 경영해야 지속적으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지, 책임감 있는 친환경·안전 경영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과 MBK·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지 세 달째. 앞으로 어떤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최 회장의 답변이다. 양측 공개매수 종료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까지, 그동안 주총 표대결을 위한 큰 틀의 지분 확보 경쟁은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건 이르면 올해 말 열릴 임시 주총에서 주주들의 선택이다.
이처럼 고려아연의 운명이 갈릴 승부를 앞두고 최 회장은 "최근 여러 주주와 투자자 분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들의 신뢰를 확고히 한다면 절대로 지지 않으리란 점이었다"며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두 달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직후 해외 출장에 나서 투자자들의 생각을 들었고, 최근 유상증자와 관련해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주총 표대결 국면에 진입한 현 시점에 MBK·영풍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게 재계와 금융권 관측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의결권 없는 자기주식은 총 발행주식의 12.3%로 추정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약 88%가 의결권 지분으로 확실한 과반을 차지해 주총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양측 모두 44% 정도의 지분이 필요하다. 양측 모두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최 회장측과 MBK·영풍의 지분율은 각각 33~34%, 39.8%로 최 회장측이 다소 열세다.
그런데도 최 회장이 승리를 자신하는 건 실제 주총장에서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쪽이 주주와 투자자들이어서다. 양측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의결권 지분은 국민연금 4~5%, 실질 유통물량 9~10%로 파악된다. 적지 않은 물량이다. 실질 유통물량에 포함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우군으로 끌어들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구조인데, 최 회장이 직접 소통해 본 결과 '지지 확보'가 가능하단 판단이 섰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 취임 이후 고려아연의 실적과 성장, 미래 비전 자체가 지지 근거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은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미래의 위기를 오늘의 기회로 만들고자 온 임직원이 협력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래 성장동력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고려아연에 필요한 것은 주주들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여기에 더해 건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 주주 지지를 얻겠다는 했다. 최 회장은 "제가 올해 3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최근엔 이사회 의장에서도 물러나겠다고 한 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해 더 건강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라며 " 이 같은 노력을 통해 MBK·영풍으로부터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MBK·영풍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대안이 될 수 없다며 "MBK·영풍은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대한 왜곡된 비판을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무려 14명의 이사를 신규로 선임하겠다는 안과 집행임원제 도입인데 이 방이 실현된다면 고려아연 이사회는 모두 30명의 육박하는 이사들로 운영될 것"이라며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쉽지 않아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고 의결권자문기관들이 권고하는 적정 이사수에도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무엇보다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을 운영해선 안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책임을 지지 않는 오너와 역량이 부족한 전문 경영인, 당장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고 투자 수익 회수가 최우선 목표인 사모펀드는 더더욱 마찬가지"라며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운영돼야 하며 국가전략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필요시 적극적인 투자와 R&D에 많은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을 운영하고 경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주주와 투자자 분들의 선택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뿐 아니라 영풍 주주도 이해할 수 없고 베일에 싸여 있는, 배임 소지가 다분한 경영협력계약을 바탕으로 적대적 M&A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비전과는 전혀 상반된 경영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MBK·영풍은 해당 계약을 주주와 국민에게 모두 공개하고 정확한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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