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성공하면 승진시켜 준다더니… 또 승진 누락, 회사를 믿어도 되나?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평가에 연연 말고 자존감 지키고
노력-결과를 분리해 자책 말아야
역풍 거셀 땐 잠시 멈추는 방법도
Q: 40대 초반 남성이다. 직장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승진 때마다 번번이 누락되는 등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각종 프로젝트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는데도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노력만큼 성과가 나지 않으니, 직장을 관두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왜 나는 남들처럼 성공하지 못할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흔히 ‘사주팔자’에서 말하는 운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정말 운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있다면, 좋은 운을 갖는 비법이 있을까?
A: 직장에서, 사업에서, 인간관계에서 열심히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처음부터 잘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결과물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특히 사회생활이나 조직 생활 경험 없이 공부만 열심히 한 분들은 이런 괴리감을 겪는 경우가 많다. ‘노력에 걸맞은 보상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쓴맛을 여러 차례 맛보면 자칫 벗어나기 어려운 자괴감에 빠진다.
‘남보다 뒤처졌다’, 혹은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항해에 비유하자면, 내가 선장이 아니라 남이 선장인 것이다. 승진, 혹은 성공 여부에 대한 기준은 대부분 타인의 평가에 의해 이뤄진다. 이런 타인의 시선에 너무 얽매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기가 죽는다. 아부하거나 비굴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승진에 목말라 상사의 눈치만 보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은 오히려 드물다.
우선, 당당한 태도를 가져야 하고 당당하기 위해서는 ‘내가 삶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세상이 나를 아무리 저평가해도 나는 나다. 이 세상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된다. 쇼펜하우어는 타인의 평가에 의해 이뤄지는 가짜 ‘자존감’과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자긍심’을 구분한다.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아는 척', '할 수 있는 척'하는 허영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허세가 부질없다는 것을 깨치면 비로소 자신의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가령, 타인에게 크게 무시를 받으면 ‘당신은 뭐가 그렇게 잘났냐’는 오기가 생기는데, 이게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다.
둘째, 노력과 결과를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자책의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다.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자.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되새겨 봄직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윤여정 배우 등도 수상소감으로 “운이 좋았다”고 말하곤 한다. 노력에 비해 너무나 과분한 결과라며 감사와 겸손함을 보인다. 하지만 운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이해했다는 것은 반대로 그들 스스로의 실력이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과 상통한다.
셋째, 운을 다스리는 지혜를 갖추자. 우리가 하늘의 바람을 만들 수 없듯, 운이나 결과물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좌지우지할 순 없다. 다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 요인은 인간관계에서 온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돕지 않는, 더 나아가 가로막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인생을 길게 본다면 인간관계를 회사 혹은 일터에만 국한해서 볼 필요가 없다. 회사 오너가 아니라면, 누구든 언젠가 회사를 떠나게 된다. 지금의 상사가 나의 인생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나를 돕는 좋은 인연이 오히려 회사 밖에서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역풍이 너무 거세다면, 잠시 멈춰 서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묵묵히 버티다 보면, ‘순풍’(좋은 기회)을 맞이할 수 있다. 나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내가 몸을 틀면 역풍이 순풍이 되는 이치다. 다만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늘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래도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땐 한 번쯤 크게 절망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의 노력과 능력으로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 오히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와 길을 모색할 나름의 방법이 생기거나 미래를 위한 경험치가 쌓일 수 있다. 니체는 인생에서 크게 절망할 때 비로소 순풍을 맞이하게 된다고 했다. 역풍이 순풍으로 바뀌는 그때부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면서 인생의 배가 순항을 하게 된다.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가장 힘들 때가 오히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항해하는 법을 안다면 좋겠지만, 지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을 거쳐야 생긴다.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너무 원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과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능력과 욕망을 알고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다면 세상의 행운도 저절로 따른다. 내 인생의 방향을 잘 잡으면 나를 반대하는 사람보다 지지하는 사람이 더 늘어난다.
강용수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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