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17% 오를 때 삼전 -15%... '불신'의 국장, 김빠진 밸류업
밸류업 100종목 수익률 -6%
트럼프 당선 후 -7%로 더 내려
정부 밸류업 후속 조치 없고
기업은 주주가치 하락 '밸류킬'
평균 수익률 마이너스(-)6%.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100종목이 52일 뒤 받은 성적표다.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안 디스카운트) 해결이라는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성장동력을 잃거나, 주주가치에 반하는 합병을 추진하거나, 불투명한 공시로 '밸류킬(kill)'이라는 빈축을 산 결과다. '국장 불신' 뒷배엔 밸류업 기업들이 있다.
17일 한국일보가 코리아밸류업지수에 편입된 100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이들 종목은 지수 편입 사실이 공표된 9월 24일 이후 평균 5.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30곳이었다. 거시경제 풍파에도 취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 6일 이후 평균 수익률은 -7.2%였다.
외부 요인에 흔들리는 수익성
'특정 산업군에 편중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고르게 편입한다'는 지수 구성 방침이 독이 됐다. 거시경제에 휘둘리는 한국경제 특성이 밸류업 종목에도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수 비중이 가장 큰 정보기술(IT)과 세 번째로 큰 헬스케어 수익률이 각각 -14%(9월 24일 대비)로 가장 낮았다.
이들 업종은 6일 이후 하락률도 각각 12%, 10%에 달했다. 국내 IT업종은 수출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트럼프 관세 정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미국 물가 상승률과 기준금리가 더디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성장주' 헬스케어 업종에는 악재다.
2% 상승(9월 24일 대비)하며 선방한 산업재도 자력으로만 일군 성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구성종목 중 상승률이 돋보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40%), 한국항공우주(+22%) 등이 속한 방산·항공우주업은 트럼프 또는 정부효율부(DOGE) 장관에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수혜업종으로도 각광받고 있어서다.
밸류업이라면서 '밸류킬'
밸류업지수 발표 후 정부와 기업의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한 탓에, 밸류업 종목이 '투자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평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계속 신경 쓰고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며 "최근 미국 증시가 고점을 경신했던 이유 중 하나도 트럼프 당선자의 입김 때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하나로 금융당국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논의를 촉구했지만, 경영계 반발과 이복현 원장의 '상법 개정 대신 배임죄 구성 요건 완화' 발언이 혼선을 초래하며 동력을 잃은 상태다. 상법 개정에 적극적이던 이 원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물러선 입장을 밝혔다.
코리아밸류업지수 편입 종목의 '밸류킬' 사례도 적지 않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8월 말 합병 절차를 중단했다. 하지만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 교환 재추진 포기를 공표하라"는 주장에 두산 측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2차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두산밥캣은 9월 24일 이후 주가가 11% 빠졌다. 악재성 정보를 뒤늦게 공시한 이수페타시스는 석 달간 주가가 43% 빠졌고,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난달 30일 하한가(전장 대비 -30%)를 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10조 원을 날렸다.
국장... 외국인도, 개미도 외면
한국 상장사들이 '매력 포인트'를 알리는 대신 '제 살 깎아 먹기'를 하는 동안, 뉴욕 3대 증시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에도 2.4~3.35%의 수익률을 거뒀다. 시가총액 1위 기업 명운도 갈린다. 엔비디아는 긍정적인 성장 전망에 세 달간 17%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격차 우려 등이 지속되며 15% 하락했다. 트럼프 정책 수혜를 입은 비트코인 수익률은 인베스팅닷컴 기준 약 42%다.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7조 원어치를 팔고 떠났고, 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돌파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한국 증시를 넘어섰다. 투자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국장 탈출'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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