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 마르고 싶어서 위고비 복용?… 정상체중에 사용하면 ‘독’ 될 수도
비대면 진료 땐 몸무게 확인 불가… 허위 정보로도 손쉽게 처방 가능
비만 환자와 정상 체중인 사람… 수분-혈액 등 체내 성분 양 달라
혈중 약물 농도 급격하게 오르면… 오심-급성췌장염 등 부작용 위험
17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등 유관기관에 따르면 위고비가 비대면 진료를 통해 비만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암암리에 처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상태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임의로 자신의 건강정보를 작성하고 손쉽게 처방을 받았다는 후기도 올라오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각 의료기관에 충분한 진료를 통해 처방 대상 환자 여부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문제는 비만이 아닌 사람이 복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고비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가 30이 넘는 비만 환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이 있는 BMI 27 이상인 환자다. BMI는 몸무게(kg)를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비만인 사람의 몸이 2L짜리 비커라면 저체중인 사람의 몸은 1L짜리 비커와 같다”며 “같은 양의 약물을 투여했을 때 저체중인 사람은 약물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서 효과는 과하게, 부작용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만 환자와 정상 체중인 사람은 체수분이나 혈액과 같은 체내 구성 성분의 양이 다르다. 약물 효과가 나타나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위고비의 약효가 작용하는 과정은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혈관과 조직 사이 삼투압을 유지하는 단백질인 알부민에 결합한 뒤 천천히 분리되면서 약물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방식이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수용체와 결합하도록 만든 게 위고비의 핵심 기술력으로 꼽힌다. 약물 성분이 안전한 혈중농도를 유지하면서 효과를 내기 때문에 체중 감량을 위해 짧은 간격의 투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 체중인 사람은 비만인 사람에 비해 알부민의 양이 적다. 알부민이 체내로 들어온 세마글루타이드를 잡아두지 못하면서 약물의 혈중농도가 단번에 오르게 될 위험이 있는 셈이다.
약물의 혈중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의 주요 부작용으로 오심, 구토, 담석증, 급성 췌장염 등이 보고됐다. 학계에 따르면 호르몬 균형이 불규칙해지면서 여성의 경우 월경 불규칙, 조기 폐경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임수 대한비만학회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약물 자체의 부작용 외에도 기존에 저체중인 사람이 과도하게 체중을 감량하면 중요한 장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도 위험요소다. 위고비의 임상시험들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정상·저체중 환자에 대한 안전성은 임상 1상에서 기본적인 독성 시험이 진행됐을 뿐이다. 위고비가 신체에 미치는 여러 영향을 살피는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영국 웨스트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QJM: 국제의학저널’에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작용제가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5월 발표했다. 최근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지만 그만큼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도 많다는 지적이다.
김 부회장은 “단순 미용 목적 체중감량 용도로 이 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중장기 임상시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약이 건강한 사람에게 오남용돼 불필요한 부작용을 겪지 않도록 전문가의 관리하에 적절한 투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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