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만 보고 가게 해서야”… 관광보국 이은 123층 랜드마크
신격호 창업주 ‘관광보국’ 선도적 투자
동양 최대 특급호텔 건설로 시작해… 2억명 찾은 롯데월드 관광명소로
2세 신동빈 회장 월드타워 마무리
롯데월드타워는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남긴 헤리티지 ‘관광보국(觀光報國)’을 상징한다. 신 창업주는 자신의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에서 “나에게 필생의 꿈은 관광한국의 랜드마크를 세우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외람되지만, 나는 남이 만든 과거의 문화재보다는 내가 미래에 남길 문화재를 창조하는 일에 더 몰두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신 창업주의 30년짜리 숙원 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는 2017년 완공됐다. 국내 최초의 독자 브랜드 호텔인 롯데호텔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 등으로 이어온 신 창업주의 헤리티지를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마무리한 것이다. 신 창업주는 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연 지 3년 후인 2020년 눈을 감았다.
●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 건가”
신 창업주 회고록에 실린 문장이다. 롯데월드타워 5층에 자리한 ‘신격호 기념관’ 한쪽 벽면에는 ‘관광보국’이란 글귀가 큼지막하게 씌어 있다. 신 창업주는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루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1950∼1960년대 경공업, 1970년대 이후는 중공업 중심의 산업정책이 이뤄지면서 관광업은 뒤로 밀려 있던 상황이다.
그는 “상품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 못지않게 관광레저 산업도 외화 획득의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다. 관광업이나 유통업도 농업이나 제조업 못지않게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 관광 불모지에 세운 38층 특급 호텔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때 국내는 외국 손님을 불러올 국제 수준의 관광 상품이 개발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며 “호텔 사업 구상은 신 창업주와 롯데그룹 모두에 대단한 모험이었다”고 했다.
호텔을 짓는 동안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호텔 체인에 가입하라고 손을 내밀었다. 호텔 경영을 위한 노하우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롯데가 내린 결론은 독자적인 브랜드였다. 롯데는 스위스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전문 인력들을 영입해 고유한 호텔 문화를 창조해냈다. 롯데호텔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소공동 신관과 잠실 롯데호텔을 개관해 여러 국제 행사를 치러냈다. 롯데호텔은 1992년 업계 최초로 2억 달러 관광진흥탑을 받았다. 신 창업주는 1995년 관광산업 분야 최초의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독자 브랜드로 출발한 롯데호텔은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한국 호텔로는 처음으로 해외 체인 호텔 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 아버지의 헤리티지 확장시킨 신동빈 회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롯데의 헤리티지는 비단 한 기업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관광산업 전체를 선진화시키는 발판이 됐다고 평가한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관광산업은 당시엔 무모해 보였겠지만 신 창업주는 미래지향적 사고를 했던 것”이라며 “롯데의 헤리티지가 된 관광산업이 지금은 K컬처, K푸드 등의 글로벌 확산과 어우러져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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