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李 살린 ‘후보토론회 발언 무죄’ 판례, 이번엔 적용 안돼
1심 재판부 133쪽 판결문 보니… 당시 ‘친형 강제 입원’ 허위발언 논란
대법 “적극 표명 아니면 처벌 못해”… 재판부 “상황 달라 그대로 적용 안돼”
김문기 291번 언급, 상세 서술도
● 법원 “‘이재명 면죄부’ 판례 이 사건 적용 안 돼”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 입원’ 의혹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당선무효형 위기에 처했을 때 이 대표를 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해당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나”라고 질문하자 이 대표는 “그런 일 없다”고 답했지만, 이후 이 대표가 일부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질문·답변 등은 적극적 허위 사실 표명이 아니라면 처벌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골프 발언이 이뤄진) 방송은 시민 패널이 질문하면 그에 대해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형식이었고, 공방 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유권자 눈높이에서 허위 여부 등 판단”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 사실인지, 공표에 해당하는지 등 쟁점에 관해 “선거인에 주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들었다. 투표권을 가진 일반 유권자들이 이 대표 발언의 의미를 어떻게 느꼈는지 등을 중심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국민의힘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한 것”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은 ‘김 전 처장과 해외 출장에서 골프 친 적 없다’는 의미이고, 증거 등을 통해 함께 골프 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허위 사실 공표’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당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성남시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국감 때 발언은 ‘국회 증언감정법’으로만 처벌할 수 있고, 공직선거법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 대표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감 증언의 실질적 내용이 국회 기능의 원활한 수행이라는 가치보다 중대한 가치를 침해했는지 살펴야 한다”며 “피고인은 국정감사의 목적과 무관한 발언을 했고, 이는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 ‘김문기 모른 척’ 죄질 나쁘게 본 듯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장동 개발 관련 핵심 실무자로 김 전 처장의 이름을 291번 언급하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과정 등도 자세히 서술했다. 2021년 9월경부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김 전 처장은 이 대표 측의 대응 자료를 제공, 검토하며 이 대표를 도왔다. 하지만 공사는 그해 12월 20일 김 전 처장을 ‘개발사업 기밀정보 무단유출’ 등을 징계 사유로 중징계해야 한다고 의결했고, 김 씨는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이 대표의 발언이 김 전 처장 사망 직후에도 거듭 이어진 점 등을 재판부가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사건의 항소심은 서울고법 선거전담재판부인 형사2·6·7부 중 한 곳에 배당돼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심이 3년 10개월 걸렸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2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사건 접수 1년 만에 심리를 마무리해 가고 있다.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 2심을 심리하는 형사7부(재판장 정재오) 역시 접수 10개월 만인 다음 달 6일로 선고 기일을 잡은 상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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