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굶주린 후배들 이끌고… 코트서 중심 잡는 게 내 역할”

정윤철 기자 2024. 11.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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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끈적하게 물고 늘어지면 우리가 경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어."

여자프로농구 BNK의 베테랑 가드 박혜진(34)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팀이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팀을 옮기자마자 주장을 맡은 박혜진은 "우리은행에서 뛸 때 보니까 BNK의 어린 선수들은 실수하거나 공격이 안 풀리면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느꼈다"며 "팀이 흔들리지 않게 코트에서 중심을 잡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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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프로농구 BNK 돌풍 이끄는 베테랑 가드 박혜진… 우리은행서 뛸 때 통합우승 7차례
챔프결정전서 MVP 3차례 수상… “농구인생에 변화 필요해 이적”
올해 고향인 부산연고 BNK 옮겨… 개막후 팀최다 타이 6연승 견인
“1차 목표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
여자프로농구 BNK의 베테랑 가드 박혜진은 이번 시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활약하며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다. 사진은 박혜진이 11일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슈팅하는 모습. WKBL 제공
“상대를 끈적하게 물고 늘어지면 우리가 경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어.”

여자프로농구 BNK의 베테랑 가드 박혜진(34)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팀이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BNK의 후배 선수들에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박혜진은 2008년 프로 데뷔 후 우리은행에서만 16시즌을 뛰는 동안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세 번이나 뽑혔던 선수다. 그는 4월 자신의 고향인 부산 연고 팀 BNK로 이적했다. 당시 박혜진은 “농구 인생에 변화가 필요해 이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팀을 옮기자마자 주장을 맡은 박혜진은 “우리은행에서 뛸 때 보니까 BNK의 어린 선수들은 실수하거나 공격이 안 풀리면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느꼈다”며 “팀이 흔들리지 않게 코트에서 중심을 잡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23.6세인 BNK는 리그 전체 6개 팀 중 하나은행(평균 23.2세)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팀이다.

2019년 창단한 여자프로농구 막내 구단 BNK는 2022∼2023시즌 정규리그 2위(챔프전 준우승)를 한 것을 빼고는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칠 때가 많았다. 지난 시즌엔 최하위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개막 후 6경기를 모두 이기며 17일 현재 1위에 올라 있다. 6연승은 BNK의 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다.

박혜진은 팀 내에서 득점(평균 12.3점)과 도움(평균 3.5개) 모두 3위다. 가드이면서도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해 이 부문 팀 내 1위(평균 8.8개)에 올라 있다. 가로채기(평균 2.2개)도 팀 내 1위다. 후배들도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안혜지(27)는 평균 14.5점으로 개인 득점 전체 4위, 이소희(24)는 평균 13.5점으로 6위다. 박혜진은 “후배들이 지난 시즌 꼴찌를 해 승리에 굶주려 있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BNK는 11일 하나은행과의 안방경기에서 2쿼터 중반 10점 차까지 뒤졌지만 끈끈한 수비와 외곽포(3점슛 7개)를 앞세워 65-45로 경기를 뒤집었다. BNK는 9일 신한은행과의 인천 방문경기 이후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서 체력 소모가 컸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5연승 했다. 박혜진은 “하나은행전에서 안혜지 등이 ‘몇 분만 더 참고 뛰어보자’라며 동료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팀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2일 박혜진은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우리은행을 상대했다. 경기는 우리은행의 안방인 아산에서 열렸다. 박혜진은 “경기장에 도착해 위성우 감독님을 포함한 우리은행 코칭스태프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보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날 BNK는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팀 우리은행을 70-54로 꺾었다. 박혜진은 8점, 3도움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혜진은 “위 감독님께 팀을 옮겨서도 건강히 뛰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은행에서 통합우승을 7차례 맛본 박혜진은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번 시즌 1차 목표로 삼았다. 이를 달성하면 그다음엔 챔프전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박혜진은 “PO에 진출한 뒤부터 팀을 한 단계씩 위로 끌어올려 최대한 높은 곳에 이르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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