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증시 이민 ‘서학개미’

이연섭 논설위원 2024. 11.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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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소규모 개인 투자자들을 '개미'라고 표현한다.

동학개미운동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다.

코로나19로 증시 폭락이 거듭되는 가운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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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주식시장에서 소규모 개인 투자자들을 ‘개미’라고 표현한다. 개미는 한 개인으로 볼때는 미약하지만, 뭉치면 큰 힘이 된다. ‘동학개미운동’이 대표적이다.

동학개미운동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다. 코로나19로 증시 폭락이 거듭되는 가운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실제 2020년 3월 들어 3월20일까지 외국인들은 10조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매도한 반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9조원 가까이 사들였다.

이 동학개미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동학개미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로 변신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한국 증시를 앞섰기 때문이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최근 1천억달러(약 140조원)를 넘어섰다. 보유액이 불과 10개월 사이 50%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 증시에 몰리는 이유는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올 들어 나스닥과 S&P500지수는 각각 28.5%, 25.6% 급등했다. 올해 국내 개미의 수익률이 3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주요 20개국(G20) 중 최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이 더 심화될 것이라 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서 기업 규제 완화와 감세 조치 등을 예고해 분위기가 좋다. 반면 관세 등 무역장벽 강화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엔 부담으로 작용해 ‘증시 이민’이 가속화할 수 있다.

우리 증시는 실적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사태를 방관하기보다 증시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 기업들도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 저평가된 증시가 헤지펀드의 멋잇감이 되게 해선 안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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