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 풍경] 공공언어의 중요성, 미디어의 책임감
공공언어란 좁은 의미에서 공공기관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를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든 언어로 확장된다.
공공 부문의 문어(文語·글말)로는 정부 문서, 민원서류 양식, 보도자료, 법령, 판결문, 게시문, 안내문, 설명문, 홍보문 등이, 구어(口語·입말)로는 정책 브리핑, 대국민 담화, 전화 안내 등이 해당된다. 민간 쪽의 글말은 신문, 인터넷 등의 기사문, 은행·보험·증권 등의 약관, 해설서, 사용 설명서, 홍보 포스터, 광고문, 거리 간판, 현수막, 공연물 대본, 자막 등이, 입말에는 방송언어, 약관이나 사용 설명 안내, 공연물의 대사 등이 속한다. 공공언어를 향한 국민의 불만은 대개 다음과 같은 사항으로 요약된다. ①낯선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 ②외국어 및 외래어 ③복잡하고 길어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 ④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표현 ⑤맞춤법 등 어문규범에 맞지 않은 표기 ⑥기타(순우리말, 전문용어, 신조어 등).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유도(誘導)하다’, ‘이송(移送)하다’, ‘제고(提高)’, ‘착수(着手)’ 등의 용어는 ‘이끌다’, ‘보내다’, ‘높이기’, ‘시작’ 등 더욱 알기 쉬운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다. ‘제고(提高)를 위해’는 ‘높이기 위해’, ‘사양(仕樣) 조건을 나열하고’는 ‘품목 조건을 나열하고’, ‘디스크 팽윤(膨潤)의 경우’는 ‘디스크가 부을 경우’, ‘물건을 편취(騙取)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물건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로 고칠 수 있다.
잘 정비된 사례도 있다. ‘금번(今番)’은 ‘이번’, ‘금주(今週)’는 ‘이번 주’로 많이 개선됐고 ‘지참(持參)하고’를 ‘가지고’, ‘은닉(隱匿)한’을 ‘감춘’, ‘면탈(免脫)’을 ‘회피’ 등으로 바꾼 경우도 적지 않다. ‘당(當)해’가 ‘그 해’로 ‘감소(減少)되다’ 대신에 ‘줄다’, ‘소폭(小幅)’이 ‘조금’으로 정착돼 가는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저작(咀嚼)·연하(嚥下) 용이(容易)’ 대신 ‘씹거나 삼키는 데 쉬움’, ‘가일층(加一層)’ 대신 ‘한층 더’ 등의 표현을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불우(不遇) 이웃’ 대신 ‘어려운 이웃’, ‘편부(偏父)·편모(偏母)’를 ‘한부모’ 등으로 개선 의 필요성을 권고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외국어 및 외래어로는 ‘문화바우처’(→문화복지상품권), ‘테마’(→주제), ‘슬로건’(→표어 또는 구호), ‘시너지 효과’(→상승효과), ‘글로벌’(→국제), ‘인프라 구축’(→기반시설 구축), ‘컨설팅’(→상담), ‘클러스터’(→연합), ‘코스’(→경로), ‘패턴’(→유형), ‘이슈’(→쟁점), ‘리플릿’(→광고 또는 쪽지·광고지), ‘인센티브’(→성과급), ‘이벤트’(→행사), ‘퍼포먼스’(→공연), ‘컨설팅’(→자문 혹은 상담) 등으로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다.
국어문화원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공공언어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72%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어려운 순서로는 정책 용어⸱민원서류⸱안내문⸱법령⸱약관⸱계약서 등이 차지했는데 특히 갑을, 피고인, 피의자, 여신거래 등의 단어가 어렵거나 부정적 느낌을 준다고 답했다. 스트리머, 힐링, 욜로 등 신조어 또한 개선이 필요한 대목으로 지적됐으며 LTV, DTI 등 영어 약자로 표기되는 단어도 거북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참고로 LTV(Loan to Value)는 주택담보대출비율, DTI(Debt to Income)는 총부채상환비율을 뜻한다.
공공언어를 쉽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개선해야 할 필요성과 그 효과는 자명하다.
첫째, 정확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진다. 둘째, 지역⸱세대⸱계층 간 정보 습득의 차이를 방지할 수 있다. 셋째, 행정 업무 처리 시간 감소 등 정부 업무의 효율성 향상이 기대된다. 넷째, 공공기관이 언어 사용의 모범을 보이는 홍보 효과 및 정부 업무의 투명성이 향상된다는 이점이 있다. 마지막이 대단히 중요한데, 국민들로 하여금 어려운 용어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 언어는 가장 중요한 공공언어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대상이기에 그렇다.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가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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