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다 깨"···31년차 베테랑 소방관 판단, 불길 속 52명 목숨 구했다

베테랑 소방관의 신속한 판단이 52명의 목숨을 구하다

안산 모텔 건물 불,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서울경제]

31년차 베테랑 소방구조대 팀장의 빠른 대처로 경기도 안산시의 한 상가 건물 화재에서 대형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17일 오전 3시 38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소재 6층 건물 1층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식당을 전소시킨 후 약 1시간 만에 초진됐으나,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 건물 전체로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 5층과 6층에는 숙박업소 2개소가 입점해 있었으며, 화재 발생 당시 수십 명의 투숙객이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새벽 시간대 발생한 화재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투숙객을 포함한 52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는 기적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번 인명구조의 성공 요인으로는 최초 현장에 도착한 안산소방서 119구조대 박홍규(소방위) 3팀장의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판단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팀장은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불길이 최성기였다. 열기와 연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5∼6층 모텔에서 구조 요청이 쇄도한다'는 무전이 계속 들어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 팀장은 강한 열기로 인해 내부 계단을 통한 상층부 진입이 불가능하자, 각 층 계단실 창문을 파괴해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진입로를 확보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러한 전술적 판단은 적중했고, 구조대는 신속히 5, 6층 투숙객 구조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번 구조작전은 지난 8월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참사의 교훈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부천의 사고에서는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이날 구조된 52명 중 31명이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2명이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2명의 투숙객이 에어매트를 통해 안전하게 탈출에 성공했는데, 이는 부천 사고 이후 강화된 훈련의 성과로 평가된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부천 사고 이후 현지적응훈련이 강화됐고, 이는 오늘과 같은 성공적인 구조 작전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 중이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