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대표 유죄선고에 “미친 판결” “정치판결”이라는 野의 궤변

집회 열어 재판부 격한 표현 공격
판결 불복한 선동 아닌지 의구심
신속 재판만이 혼란 장기화 막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사건 1심 유죄선고를 계기로 정치 진영 간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그제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군소 야당까지 집회에 참여했다. 여기서 600m 떨어진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들이 이 대표 구속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시민 수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풍경이 앞으로 주말마다 펼쳐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야권 집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격하고 거센 발언이 쏟아졌다. 전날 서울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직접 연단에 올라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면서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면서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하는 정치판결”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법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만 하더라도 “현명한 판단”이라고 환영한 민주당이 아니던가.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에 불복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려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치력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낙선한 유력 정치인의 정치생명이 법원 판결에 좌우되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은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특정인의 정치생명 유지를 위해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민주당은 더는 길거리 정치 선동에 나서지 말고 원내 제1당답게 국회에서 민생 현안을 돌보는 데 전념해야 할 것이다.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항소와 상고 절차를 밟아 법률과 논리로써 다투면 될 일이다.

이 대표 사건으로 사회적 혼란이 장기화하는 걸 막기 위해선 사법부 역할이 중요하다. 이 대표 측이 상소하면 선거사범 재판을 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마치도록 한 법 규정대로 사법적 판단을 해줘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줄곧 신속한 재판을 강조했고 얼마 전에도 전국 법원에 ‘6·3·3원칙’ 준수를 권고하지 않았던가. 윤미향 전 의원 임기가 모두 끝나고서야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것과 같이 정의가 지연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