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섭의전쟁이야기] 냉전 시기 동아시아 열전의 유산과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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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되어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로 막을 내린 냉전은 전쟁에 가까운 긴장과 대립의 상태였지만, 역설적으로 미국과 소련 간 직접 충돌이 없었던 오랜 평화의 시기였다.
유럽에서는 미·소 간 힘의 균형이 평화를 유지했지만, 식민지 경험, 이념 대립, 민족주의가 얽힌 동아시아는 초강대국의 대리전 구도 속에서 복합적 성격의 전쟁이 잇따라 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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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프랑스군이 베트민(베트남 독립동맹회)에 패배하면서 미국의 개입이 본격화되었고, 1964년 베트남전쟁이 발발했다. 북베트남과 베트콩은 소련과 중국 등 공산 진영의 지원을, 남베트남은 미국과 한국 등 자유 진영의 지원을 받으며 전쟁은 격화되었다. 한국은 베트남에 군단급 병력을 파병했고, 북한도 일부 병력을 파견하며 전쟁은 일종의 남북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이 시기 한반도에서 남북 간 무력 도발도 절정에 달했으며, 1968년 1월 북베트남의 뗏 공세와 맞물려 북한이 자행한 청와대 기습과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으로 남북 및 북·미 갈등은 극대화됐다.
이처럼 냉전 시기 동아시아에서는 한 지역의 충돌이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며 열전이 이어졌다.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베트남전쟁의 종결로 일련의 열전이 끝났다고 볼 수 있지만, 이후에도 한반도와 타이완 등지에는 여전히 무력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었다. 이는 결국 중국의 부상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미·중 간 대립이라는 신냉전의 시대로 이어졌다. 현재 동아시아의 상황은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국면이 아니라, 냉전 시기 동아시아 지역의 열전이라는 복합적 역사적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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