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속 해부학자] 깃털보다 가벼운 심장을 가지려면
사법부가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이른바 ‘사법 리스크’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등)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큰 타격을 입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태균 씨 국정농단 의혹은 연일 특검 요구에 시달린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극도로 갈라진 여론은 더더욱 주요 정치·사회 사안의 사법부 의존도를 키우고 있다. 한쪽은 억울하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정적을 감옥에 보내달라고 판사에게 쫓아가는 ‘재판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그림이 있다.
오시리스의 심판
그림은 고대 이집트인의 사후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자의 서’ 한 장면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가 된 고인과 함께 매장한 종이를 발견한 것이다. 내용은 고인이 사후세계에서 천국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수록해 놓아 ‘루 누 페레트 엄 헤루’(심판의 날 발언)로 불린다. 이집트인들은 사후세계까지 도달하기 위해 7개의 통과의례, 즉 심판을 거쳐야 했다. 상징적이고 세밀한 묘사로 이집트인의 세계관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꼽힌다.
마지막에 고인은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 법정에서 생전 죄의 유무를 판결받는다. 이 그림은 왼쪽에서 시작해 심판받는 과정을 묘사했다. 맨 왼쪽에 검은 늑대의 얼굴을 한 아누비스 신이 고인을 지하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그 위에는 이집트 14명의 주요 신들이 앉아 예배하고 있다. 고인은 오시리스와 42명의 재판관 앞에서 사자의 서에 쓰인 “나는 이 같은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고백문을 읊어야 했다.
그 후 아누비스가 한쪽 저울에 고인의 심장을, 반대편 저울에는 정의의 여신 마아트의 깃털을 올려놓고 무게를 쟀다. 죄가 많은 죽은 자의 심장이 무거워서 저울이 심장 쪽으로 기울면 괴물 암무트가 심장을 먹어 치운다. 이에 죽지도 살지도 못한 고인의 영혼은 지옥으로 향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모든 장기를 빼내지만 심장만은 부패가 되지 않도록 특수처리한 뒤 다시 제자리에 넣었다.
현대인 심장의 무게는
오시리스 법정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깃털보다 가벼운 심장’을 갖는 게 가능할까. 보통 주먹만 하다고 하는 심장은 약 12㎝ 길이에 300g의 무게가 나간다. 심장의 대부분은 박동을 위한 근육으로 이뤄져 있고, 내부에는 혈액이 차 있다. 심장은 2심방 2심실로 총 4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혈액이 심방에서 심실을 거쳐 대동맥이나 폐동맥을 통해 온몸을 순환하는데, 판막은 혈액의 역류를 방지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도록 한다.
선천적인 구조적 이상이나 류머티즘 질환 등의 결과로 판막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또한 개폐 작용을 반복하다 보면 노화의 결과로 석회화가 진행돼 폐쇄부전증이 나타난다. 심장판막 질환이나 고혈압으로 인해 심장의 크기와 무게가 증가하는 심비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인의 심장은 가벼워지기는커녕 심비대로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심장이 해야 할 일의 강도가 갈수록 세져서다. 고혈압으로 혈압이 높아지면 더 많은 압력으로 혈액을 펌프질해야 하니 심장 근육이 두꺼워진다. 판막이 제대로 여닫지 못하는 심장판막 질환도 마찬가지다. 비만도 혈액순환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심장이 커지게 만든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가슴근육이 수축 긴장하게 되면 심장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심리적으로도 불안이나 두려움이 가슴에 얹힌 듯한 무거운 감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현대인들이 죽었다 다시 깨어나도 오시리스 법정을 무사히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앞다퉈 법원으로 달려가 면죄부를 달라고, 혹은 정적을 지옥에 빠트려 달라고 졸라대는 이들에게 그림은 시사점이 커 보인다. 무거운 죄책감이나 잘못을 덜어내고, 살아온 삶을 반성하며 내면을 정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오시리스 법정을 통과할 수 있다는 이집트인들의 믿음을 단순히 샤머니즘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깃털보다 가벼운 심장을 갖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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