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수모' 한국 야구, 지도자 수준 개선 급선무…선수 수준도 떨어졌다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에 앞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한국 야구대표팀과 쿠바의 2차 평가전, 13-3으로 승리한 한국 류중일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STN뉴스] 이형주 기자 = 지도자 수준의 개선이 급선무다. 선수 수준 역시 떨어졌다.

대만은 16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부터 열린 대만 타이페이돔에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호주와의 경기에서 8-2로 승리했다.

류중일호는 첫 경기 대만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쿠바를 잡았지만 일본전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16일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 9-6 대역전승을 거뒀지만 다른 국가들의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 12개국이 A조와 B조 2개 조로 묶여 각 조 1위와 2위만 4강에 해당하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와 B조에 묶였다. B조 예선전은 대만에서, 슈퍼라운드는 일본에서 치러진다.

슈퍼라운드 진출을 위한 남은 경우의 수는 희박했다. 쿠바가 일본과 대만을 둘 다 잡은 뒤 타이브레이크 룰을 보거나, 대만이 전패하고 쿠바가 일본에 패한 뒤 대만을 잡고 한국이 전승을 거두는 경우의 수가 있었다.

하지만 경우의 수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았다. 쿠바가 막판까지 추격했지만 9회초 2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6-7로 패배했다. 그리고 대만이 호주를 제압했다.

잔여 1경기 씩을 남긴 상황에서 한국은 18일 호주전을 잡는다고 해도 3승 2패다. 이미 4승에 도달한 일본에 밀린다. 여기에 3승 1패를 확보한 대만이 마지막 경기 쿠바전을 져도 3승 2패다. 한국과 대만이 3승 2패가 되면 승자승으로 순위를 가리는데 한국이 대만에 패했기에 조 2위가 좌절됐다. 결국 대만에서 열린 조별리그를 끝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탈락 참사에 이은 또 하나의 참사다. 프리미어12로만 보면 초대 대회 우승, 2회 대회 준우승, 3회 대회 조별리그 탈락으로 점점 수준이 추락하고 있다.

이번 대회 수모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지도자 수준의 하락을 손꼽을 수 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승부처는 1차전 대만과의 경기 2회말이었고, 3차전 일본과의 경기 5회말이었다.

먼저 첫 경기 대만전에 상대 좌타라인이 즐비한 상황에서 언더 고영표를 낸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생소함을 무기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만이 언더에 약하다는 것도 옛 이야기다. 대만프로리그에도 언더 투수들이 즐비하고, 좌타가 중심인 대만을 상대로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내렸다.

결국 선발 고영표는 2회말 천천웨이에게 만루포를 내줬다. 빠른 결단이 필요했지만 교체는 없었다. 류중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타격감이 좋은 천제슈엔에게 갈 때까지 상황을 방치했다. 고영표는 천제슈엔에게 투런포를 허용하고 강판됐고, 이는 막판 추격에도 패배하며 한국을 직접적으로 탈락시킨 원인이 됐다.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 5회말 상무로 출전한 대표팀 투수 곽도규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전도 답답 그 자체였다. 3-2로 앞선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한 좌완 불펜 곽도규가 코조노 카이토를 삼진 처리한 뒤 흔들렸다. 타츠미 료스케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루가 됐다. 우타 모리시타 쇼타가 등장했을 때 3연투, 우타, 컨디션을 고려해서 교체해야 했지만, 류중일 감독은 상황을 방관했고 역전을 내준 뒤 그대로 한국이 졌다.

단순히 상황,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구속 혁명이 일어나며 전 세계 투수들의 구속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제자리 걸음인 것은 한 예다.

선수 수준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회 우리는 주요 선발 자원인 원태인(삼성), 손주영(LG) 등이 부상으로 빠졌고, 주요 타자 자원인 강백호(KT) 등이 기초 군사 훈련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빠졌다고, 리그 규모에 있어 상대가 안 되는 대만에도 졌다. 이는 반대로 열악한 선수풀을 상징한다.

국가대표팀의 전성기 시절 한국은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봉중근, 양현종 등으로 대표되는 에이스들에 이승엽, 이대호, 이종범,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 등 내로라하는 선수진을 자랑했다. 전체적인 리그 수준에서는 밀려도, 국가대표 레벨급 선수진은 절대 밀리지 않았던 한국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상황은 없다. 반대로 대만보다는 전체적인 리그 수준에서는 앞서도, 국가대표 레벨급에서는 최전력을 다하지 않는 이상 이기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최근 전적에 있어서는 열세다.

2000년대 말 야구 대표팀의 황금기 이후,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 이후 암흑기가 길어지고 있다. 떨어진 지도자 수준에, 약해진 선수풀이 겹쳐지니 연일 수모다.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열린 한국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류중일 2024 WBSC 프리미어12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의 1차 평가전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TN뉴스=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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