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70] 일론 머스크의 神氣
어떻게 도박 수준의 베팅에 매번 성공하는 것일까. 일론 머스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를 보니까 머스크의 인간성은 아주 안 좋다고 쓰여 있다. ‘X자식’ 수준이라는 것이다. 찬사 위주의 서술이 아니고 이런 불편한 말을 대놓고 쓸 수 있다는 게 아이작슨의 내공이고, 서양 글쓰기의 수준이다.
‘X자식’은 3가지 내용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머스크가 다른 사람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상대방이 받게 될 상처에 대해서 별로 신경 안 쓴다. 둘째는 동료나 부하 직원들이 머스크 자신의 결정에 따르기를 강요한다는 점이다. 만약 자기 결정에 순순히 따라오지 않으면 결별한다. 셋째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분이다. 리스크 둔감력이다. 스페이스X, 테슬라 전기차 사업의 시작도 이 3가지의 ‘X자식’ 기질이 작동한 결과이다.
인간적인 결함이 사업적인 성공이라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았다. 로켓 사업과 전기차도 그 시작은 모두 맨땅에 헤딩하는 사업이었다. 인류가 앞으로 화성에 가서 사는 날이 온다는 머스크의 비전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그런데도 현재 스페이스X 사업은 성공 중이다. 얼마 전 발사된 로켓이 다시 귀환해 발사대의 집게에 무사히 안착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실패의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기질은 트럼프 대선에 1억3000만달러를 베팅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 당선 후에는 테슬라 주식이 39%가 올라 700억달러의 재산이 늘어났다.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가 1992년 9월 영국중앙은행을 상대로 벌인 ‘환율 대결’에서 승리해 10억달러를 벌어들인 사건을 능가하는 수입이다. 선거로 정권 잡아서 머스크처럼 재미 본 사람이 누가 있을까?
머스크의 천재성은 경합주에서 트럼프 지지자를 매일 추첨해 100만달러를 지급하는 ‘정치 복권’을 창안해 냈다는 점에서 극적으로 나타난다. 이건 돈 있다고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로켓과 전기차에 버금가는 걸출한 창의력이다. 그 천재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신기(神氣)가 아닐까. 에디슨이 말한 1%의 영감은 신기라고 생각한다. 신기(영감)가 없으면 99%의 노력도 쓸모가 없다. 그런데 신기가 강한 사람은 옆에 사람 말 잘 듣지 않는다. 이 점이 트럼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도 재강신강(財强身强)한 팔자이고, 머스크도 재강전강(才强錢强)한 팔자이다. 용과 사자가 부딪치는 용사상박(龍獅相搏)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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