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녀 많으면 배우자 상속세 늘어나는 불합리 바꿔야

김용민 前 청와대 경제보좌관 2024. 11. 1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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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찍었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되어야 하는데, 그 3분의 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1.5명)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이대로 가면 수십 년 안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저출생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육아휴직 확대를 비롯해 대대적인 정부 차원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8월 신생아 숫자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중에 하나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세금 제도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상속세 인적공제는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가 있다. 일괄 공제는 자녀수에 불문하고 일괄적으로 5억원을 공제한다. 배우자 공제는 법정 상속분과 30억원 중 작은 금액을 공제하는데, 최소 5억원은 공제해준다. 따라서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최소액) 5억원을 합쳐 10억원이 넘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과세된다.

법정 상속분과 30억원 중 작은 금액을 공제하는 현행 배우자 상속공제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하나는 배우자의 사망으로 1주택에서 함께 살다가 남은 배우자가 법정지분을 한도로 상속공제 받는 규정으로 인해 현재 살던 주택에서 쫓겨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거주하는 부부 및 2자녀로서 아파트 1채(21억원)가 재산 전부인 경우를 가정하자. 법정 상속지분은 배우자 1.5, 자녀 1인당 1이다. 배우자의 법정 상속액은 21억원×1.5/3.5=9억원이 되고, 일괄공제액 5억원과 합해 14억원의 상속공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상속세가 1억5000만원이 된다. 이 상속세를 내지 못하면 상속재산이 30억원 한도 이내임에도 불구하고 ‘법정상속분 이내’라는 규정 때문에 지금까지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자녀수가 많을수록 배우자 공제액이 줄어들어 상속세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출산 장려에 역행한다. 상속재산이 21억원일 때 생존 배우자 및 무자녀· 1자녀· 2자녀· 3자녀인 경우의 상속세액을 계산해보자. 무자녀인 경우는 0원, 1자녀인 경우 5800만원, 2자녀인 경우 1억5000만원, 3자녀인 경우 2억1000만원이 된다.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세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자녀수가 많을수록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이 줄어들어 배우자 상속공제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배우자 상속공제는 1억6000만엔(약 14억7000만원)과 법정 상속분 중 높은 금액으로 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배우자상속공제 규정에서 ‘법정 상속분 이내’라는 조건을 삭제해 ‘30억원 이내’로 단일화하거나, 일본의 경우처럼 ‘법정상속분 또는 30억원 중 큰 금액 이내’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배우자 간 상속에 대해서는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이므로 전액 공제하고, 이후 부모가 전부 사망 시 자녀에게 재산이 이전될 경우 과세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1세대 1회 과세의 원칙에 근거해 배우자 간 재산의 무상이전에 대해 상속세를 면제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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