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손흥민-토트넘 이별의 시간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4. 11. 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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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최근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손흥민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PL 소식을 다루는 각종 매체에 따르면 손흥민과 토트넘의 재계약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 기간은 2024∼2025년까지다. 이후 재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토트넘은 재계약 대신에 1년 연장 옵션을 선택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대로라면 손흥민과 토트넘의 인연은 2026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손흥민으로서는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2015년 8월에 독일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에 공헌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7일 현재 통산 419경기 165골을 넣어 토트넘 선수 중 역대 득점 4위에 올라 있다. EPL 경기로만 따지면 123골로 토트넘 내 역대 2위 기록이다. 손흥민은 특히 2021∼2022시즌 23골로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와 함께 EPL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른 그의 기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기념비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활약을 펼치며 손흥민은 그 자신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팬에게 자긍심을 느끼게 하며 토트넘은 물론이고 EPL의 시장 확대 및 마케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손흥민은 연봉 약 180억 원으로 팀 내 최고액을 받고 있지만 그의 활약에 비하면 동급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오히려 적은 액수였다는 평가가 많다. 손흥민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고 토트넘 한 팀에만 헌신해 왔기에 토트넘으로서도 응당 이런 손흥민에게 팀의 레전드로서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줄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제 선수로서는 많은 나이인 32세의 손흥민에게 더 이상 큰돈을 들이지 않으려는 심산인 듯하다.

이런 토트넘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토트넘이 그동안의 정리가 아닌 차가운 시장 논리와 계산만을 따지는 상황에서 손흥민도 더 이상 토트넘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 유망한 선수를 발굴해 낮은 비용으로 데려오고, 필요에 따라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냉정한 프로구단의 생리이기에 누구나 이 같은 차가운 시장 앞에서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순 없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남은 축구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 가장 이롭거나 행복할 것인지를 따져야 할 시점이다. 세계 축구계를 지배했던 리오넬 메시(37)도 그의 평생 팀이 될 것처럼 보였던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로셀로나와 갈등을 빚고 떠난 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을 거쳐 지난해 36세의 나이로 미국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했다. 메시와 쌍벽을 이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 역시 친정팀과도 같았던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지난해 38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르로 이적했다. 메시는 성장기에 있는 미국 축구를 좀 더 발전시키는 데서 자신의 남은 역할을 찾았고, 호날두는 연봉만 약 3000억 원에 이르는 마지막 고수익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각자의 선택에 따라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도 분명 선수로서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 그 기간은 더 연장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아직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손흥민을 둘러싸고 EPL 내 여러 팀과 FC 바르셀로나 및 PSG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든지, 사우디가 거액을 제시했다든지 하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많은 것이 안갯속에 가려져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의 팬들은 그가 무슨 선택을 하든 그를 지지하리라는 것이다. 손흥민을 응원하는 대다수 한국 팬은 기본적으로 손흥민의 팬이지 토트넘만의 팬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유럽 축구 문화의 기초인 지역 연고와 관계없이, 한국에서 세계를 향해 나아간 손흥민 개인의 열정과 성취, 그 노력과 진심의 여정을 함께하며 그를 응원해 왔다. 그리고 그는 그런 축구팬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과 자긍심을 안겨줬다. 팬들은 이미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많은 것을 줘 온 그가 토트넘과 관계없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자신이 행복한 축구를 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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