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성장도 미래도, 기후대응에 달렸다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과 미래를 위한 실천 사이에 가장 괴리가 큰 문제를 꼽으라면 기후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하며 살면서도, 이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늦추기 위한 노력은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가속화하는 기후위기는 억지로 찾지 않아도 보고, 느낄 수 있다. 한국은 올해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고, 9월에 열대야를 겪었으며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는 11월을 보내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잦은 산불과 극한 호우로 피해를 겪는 사람도 늘었다. 재배면적이 줄고 작황이 나빠진 탓에 먹거리 물가는 계절마다 품목을 바꿔가며 쉬지 않고 오른다. 에어컨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력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악순환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기후대응 문제는 여전히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고, 투자엔 인색하다. 미래 세대가 고통받을 것을 알지만 지금의 편리를 누리며 살고 싶어 하는 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상이 단절될 정도의 급격한 변화가 닥치지 않는 한 변화의 동력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누군가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당장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 것이다.
기후대응을 개인 단위에서 정부 단위로 넓혀 보면 결국은 ‘돈’ 문제다. 기후대응을 위한 핵심 과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작동해온 장기간의 성장 패러다임을 기후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기후대응은 곧 경제성장의 걸림돌처럼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기후대응에 손 놓고 있으면 오히려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한국은행은 최근 별도의 기후대응이 없다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부터 2100년까지 기존 성장 경로와 비교해 총 21% 감소해, 연간 0.3%포인트씩 낮아지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기후대응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돈’ 문제에 해당하지만, 더 민감한 문제는 기후대응에 들어가는 ‘돈’을 누가 얼마나 내야 할지 합의하는 것이다. 2009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20~2025년 연평균 100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22년에야 처음으로 목표치를 달성했고, 이마저도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뒤따랐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지난주에 개막한 COP29도 기후대응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에 논의가 집중돼 있다. 기후 재원 총량, 지원 범위, 재원 공여국 등 ‘누가 얼마를 낼지’를 구체화하는 게 목표다. 개도국들은 공공부문에서만 연간 1조달러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2년 전에야 연간 1000억달러 지원에 성공한 선진국들은 증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COP29에서의 최종 합의가 중요한 이유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의 1.5도를 넘어가면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가 급격히 나타나 인간이 손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1~9월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 상승해 일시적으로 ‘1.5도 임계점’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매년 지구가 더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간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전 세계의 상황을 ‘벼랑 끝으로 가는 몽유병’이라고 표현하면서, 지금의 감축 목표로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기후대응은 점수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미진하다. 정부는 원전 확대를 내세우면서 기존 성장 방식을 전환할 생각이 없다.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9% 정도로 전 세계 평균 30.3%에 크게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도 기후대응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세계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경고와 징조는 차고 넘친다. 2060 탄소중립을 선언한 뒤 기후대응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중국도 있다. 당장 내년 2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얼마나 공격적으로 설정할 것인지가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윤주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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